[법학에세이] 미국 역사상 가장 어렸던 14살 사형수… 사형제 찬반 논란 불 지폈어요
조지 스티니 사건
사형 제도는 기원전 18세기 수메르 법전에서도 볼 수 있을 만큼 인류 역사에서 오래된 법정 최고형입니다. 20세기가 되면서 많은 나라에서 사형제도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지요. 지금도 상당수 주에서 사형을 집행하는 미국에서도 사형제 폐지 목소리가 커진 계기가 있었는데요. 1944년 '조지 스티니' 사건이었습니다.
1944년 3월, 미국의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클래런던 카운티에서 일곱 살, 열한 살 된 두 백인 소녀가 실종됐습니다. 두 소녀는 다음 날 숨진 채 발견됐죠. 경찰은 근처에 살던 열네 살 흑인 소년 조지 스티니를 용의자로 체포했어요.
당시 직접 증거는 없었고 소년의 자백이 유일한 근거였는데, 재판 과정에서 조지는 자기가 한 짓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백인들의 보복을 피해서 가족이 도망쳐버리면서 조지는 백인 판사와 검사, 배심원들에게 둘러싸여 홀로 재판을 받아야 했죠. 조지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조차 혐의를 모두 인정해버렸습니다.
재판은 겨우 150분 만에 끝났고 배심원단은 10분 만에 사형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틀 후 사형장으로 향하는 조지의 겨드랑이엔 커다란 성경이 끼워져 있었다고 해요. 믿음이 깊어서가 아니라, 어린 나이라 체격이 작아서 사형을 집행할 전기 의자에 깔고 앉을 두꺼운 받침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조지 스티니는 체포된 지 불과 83일 만에 사형당했어요.
60년 후인 2004년, 이 사건의 재조사가 시작됐습니다. 조사 결과 조지 스티니는 재판 중 아무런 법적 도움을 받지 못했고 자술서도 없었으며 유일한 증거였던 자백 역시 강압에 따른 것이었음이 밝혀졌습니다. 심지어 한 백인 남성이 죽기 직전 자신이 그 사건의 진범이라고 고백한 사실도 확인됐지요. 결국 2014년 재심에서 조지의 사형 판결은 무효가 됐답니다. 조지 스티니는 지금까지도 미국에서 가장 어린 사형수로 남아있어요.
이런 억울한 죽음이 드문 일은 아닙니다. 중국에서도 1996년 후거지러투라는 열여덟 살 청년이 살인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총살됐는데, 2016년 진범이 밝혀지면서 국가가 유가족에게 배상하기도 했습니다.
법에 의해 판결하는 재판은 결국 인간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잘못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어요. 그런가 하면 피해자와 유가족의 고통은 물론 사회 질서를 위해 사형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많지요. 우리나라는 형법 41조에 법정 최고형으로 사형을 명시하고 있지만 1997년 12월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어요.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곽한영 부산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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