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인문학] 고대 키프로스의 왕… 자신이 만든 조각상과 사랑에 빠졌죠
피그말리온
올해는 영국의 희곡 작가 조지 버나드 쇼(1856~1950)가 사망한 지 70년 되는 해예요. 1925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그의 작품 중 오늘날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건 희곡 '피그말리온'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지중해 키프로스(영어명 사이프러스) 섬에는 피그말리온이라는 왕이 살았어요. 훌륭한 조각가이기도 했던 피그말리온 왕에게는 여성혐오증이 있었는데, 대신 왕은 솜씨를 발휘해 흰 상아로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조각했답니다. 그리고 아프로디테 여신에게 하루도 빠짐없이 '이런 여인과 사랑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지요. 감복한 여신은 왕의 소원을 들어 주었고, 왕은 여인에게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결혼도 해요.
◇장 자크 루소가 쓴 오페라 대본
역사상 수많은 예술 작품 속에 등장한 피그말리온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무대 위에 불러낸 인물이 있습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정치 사상가이자 철학자인 장 자크 루소(1712~1778)입니다. '사회계약론'과 '에밀'의 저자로 유명한 인물이지요.
프랑스 혁명에 불을 지핀 자유 민권 사상의 창시자인 루소는 오페라 대본을 직접 쓸 만큼 다재다능했는데요. 그리스 신화 피그말리온 왕의 이야기를 소재로 오페라 대본을 정성껏 써서 1770년 4월 19일 프랑스 리옹 시청에 딸린 소극장에서 초연을 했어요. 당시 이 공연은 대단한 성공을 거둬서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까지 순회 공연이 줄줄이 이어지며 관객몰이를 했다고 합니다. 루소는 피그말리온 왕을 영감이 고갈되어 고통받는 예술가로 표현하며 새로운 해석을 선보였죠.
◇버나드 쇼가 쓴 희곡은 결말 달라
조지 버나드 쇼가 지은 희곡 '피그말리온'은 신화의 결말을 비틀어 더욱 유명세를 치렀어요. 그의 희곡은 1913년 오스트리아 수도 빈의 호프부르크 극장에서 초연됐고, 이후 전 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았어요. 1938년 '피그말리온'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영화화되어 그해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았고, 1956년 브로드웨이에서 '마이 페어 레이디'란 이름으로 뮤지컬로 공연되었답니다. 1964년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로 제작돼 큰 히트를 했어요. 그래서 쇼는 노벨 문학상과 아카데미 오스카상을 동시에 거머쥔 전무후무한 인물로 남았어요.
쇼의 '피그말리온'은 신화와는 차이가 있어요. 음성학을 연구하는 헨리 히긴스 교수는 거리에서 꽃을 파는 가난한 아가씨 일라이자 둘리틀을 만나게 됩니다. 히긴스 교수는 그녀에게 교양과 예절을 가르쳐 아름답고 우아한 귀부인으로 바꾸어놓죠. 히긴스 교수가 피그말리온 왕, 일라이자가 아름다운 조각상인 셈인데요. 결말은 완전히 달라요. 일리이자는 교양 있고 아름다운 숙녀의 모습으로 변신한 뒤 히긴스 교수를 떠나버려요.
쇼는 생전에 60편의 희곡과 5편의 소설을 남겼어요. H.G. 웰스, 버트런드 러셀 등과 함께 온건 좌파 단체인 '페이비언협회(Fabien Society)'를 설립하고 세계적인 명문 대학인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를 세우기도 했습니다.
1925년 스웨덴 한림원은 이런 업적을 기려 쇼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했습니다. 쇼는 처음에 수상을 거부하다가 아내의 설득에 못 이겨 "상은 받겠지만 7000파운드나 되는 상금은 못 받겠다"며 스웨덴 도서를 영어로 번역하는 사업에 전액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그가 스웨덴 작가 스트린드베리(1849~1912)의 광팬이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피그말리온 효과]
깊은 관심을 갖고 애정을 보이면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라고 불러요. 1968년 하버드대 로버트 로젠탈 교수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밝혀졌어요. 교사의 꾸준한 관심과 격려를 받은 아이들의 지능 검사 수치가 향상됐다고 해요.
최여정·'이럴 때 연극'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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