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다, 이 책!] 벼슬 대신 예술 벗 삼은 '선비 화가'… 그의 자화상은 국보 240호랍니다
시대를 앞서간 선비화가 윤두서|박은순 글|나무숲|48쪽|1만500원
매서운 눈을 한 남자가 험상궂은 표정으로 정면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네요. 뜻밖에도 이 그림의 주인공은 온화하고 겸손하기로 소문났던 선비 화가인 윤두서(1668~1715)가 그린 자화상<사진>입니다. 다산 정약용의 외증조부이기도 한 인물이에요.
윤두서는 1668년 전라남도 해남의 명문가에서 태어났어요. 명망 있는 증조부 윤선도, 글씨로 유명한 할아버지 윤인미의 피를 받아 어릴 적부터 시를 잘 짓고 글씨를 잘 썼다고 해요. 스물다섯 살에는 과거 시험에도 합격했답니다.
하지만 윤두서가 스물여덟 살 되던 해, 셋째 형 윤종서가 임금에게 상소를 올렸다가 유배를 가게 되었습니다. 온 집안이 위태로워졌지요. 윤두서는 벼슬을 포기하고 낙향했어요. 대신 한평생 학문과 예술에 관심을 두고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의 삶에 눈길을 보냈지요. 윤두서는 국보 240호인 '자화상'뿐 아니라 산수화, 인물화, 풍속화 등 다양한 그림을 그렸는데, 그의 아들 윤덕희가 아버지가 남긴 작품 44점을 모아 '윤씨가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어요.
이 책은 윤두서의 대표 그림 30여 점을 뽑아 윤두서의 삶을 설명합니다. 친구의 초상화, 목기를 깎거나 나물을 캐는 사람들, 생동감 넘치는 말과 명암을 강조한 정물화, 우리나라와 일본 지도까지. 윤두서의 그림은 수많은 조선 화가에게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림의 대상을 세밀하게 살피고 관찰하여 있는 그대로 그리는 '사생법'은 윤두서에게서 시작됐답니다.
박사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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