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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선생님

[IT 따라잡기] 주문대로 반도체 만들어주는 '척척 공장'… 대만 TSMC가 1위죠

by 제이노엘 2020.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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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따라잡기] 주문대로 반도체 만들어주는 '척척 공장'… 대만 TSMC가 1위죠

 

파운드리

요즘 산업계에서는 '파운드리 (Fou ndry)'가 화제예요. 대만의 파운드리 회사 TSMC가 올 3분기(7~9월) 121억달러(약 13조6500억원)라는 매출을 발표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어요. 코로나 유행 탓에 재택 근무나 원격 수업이 늘면서 각종 전자 제품이나 컴퓨터 수요가 증가해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TSMC가 큰돈을 벌고 있는 거예요.

TSMC의 기업 가치(시가총액)은 무려 11조6700만 대만달러(약 434조원·23일 기준)예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비메모리 1위인 인텔(기업가치 2050억달러·약 231조원)이나 메모리 1위인 삼성전자(약 360조원)보다도 비싸답니다. 그렇다면 대체 파운드리는 무엇일까요?

◇메모리·비메모리 가리지 않는 '파운드리'

반도체는 어떤 특별한 조건에서만 전기가 통하는 물질로,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전자 제품에 들어 있어요.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 반도체'와 '비(非)메모리 반도체'로 나뉘는데요. 먼저 '메모리 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는 기능이 있고, D램과 낸드(NAND)가 대표적이랍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요.

▲   /그래픽=안병현

 

반면 비메모리 반도체는 '메모리가 아니다'라는 뜻이에요. 한자 '비(非)'는 '아니다'라는 뜻이에요. 저장 기능은 없고, 입력된 정보를 처리해 기기를 작동해요. 냉장고 같은 가전 제품부터 자율 주행차에 이르기까지 전기로 돌아가는 기계에 비메모리 반도체가 사용된다고 보면 돼요. 그러니까 '기계의 두뇌'인 셈이죠.

메모리든 비메모리든, 반도체를 만들 때는 크게 2단계가 필요해요. 설계도를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생산합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먼저 D램 반도체의 설계도를 그린 다음, 이걸 실리콘으로 만든 웨이퍼라는 동그란 판에다 얇은 회로로 만들어요. 이 동그란 판은 대략 직경이 300mm 정도예요. 회로가 그려진 원판을 수십~수백 개로 잘라내면 D램이란 반도체가 나오죠. 이렇게 설계와 생산을 한꺼번에 하는 회사를 '종합 반도체 기업(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이라 해요.

막상 설계와 생산을 모두 하는 기업은 많지 않아요. 설계도라고 해도, 수만 개 이상의 각기 다른 전자 제품들은 서로 다른 두뇌가 필요하니 설계도가 다를 수밖에 없어요. 웬만한 제조사들은 이 중요한 두뇌야말로 자신들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여기고 직접 설계도를 그립니다.

◇머리카락보다 얇은 회로를 그리는 기술

문제는 생산이 훨씬 더 어렵다는 거예요. 동그란 판에다 회로를 그린다고 했는데 그 회로의 폭이 머리카락보다 얇아요. 미세한 먼지만 있어도 불량품이 되기 일쑤예요. 그래서 반도체 제조 공장에는 사람 몸에 묻어 있는 먼지, 머리카락 등을 완전히 막아주는 하얀 '방진복'을 입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어요. 이렇다 보니 반도체 생산 공장 하나를 짓는 데 적어도 수조원, 많게는 수십조원이란 돈이 필요해요.

이때 등장하는게 파운드리예요. 다른 회사가 그린 반도체 설계도를 받아서, 주문대로 생산을 대신해 주는 공장이에요. 원래는 금속을 가공하는 주물 공장을 뜻하는 단어였는데 어느새 파운드리는 반도체 생산 산업을 뜻하는 말이 됐어요.

앞서 얘기한 대만 TSMC는 파운드리라는 사업을 처음 시작한 기업이기도 해요. "제조사는 설계도를 잘 그리는 데만 집중하고, 우리는 좋은 공장을 지어놓고 그 설계도대로 반도체로 찍어서 납품하겠다"는 거죠. 전자 제품 제조사로선 생산 공장을 짓는 데 큰돈을 안 써도 되고 불량품 걱정도 사라졌죠. 돈만 주면 TSMC가 척척 만들어 갖다 줍니다.

TSMC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반도체를 찍어내는 기업이에요. 시장 점유율은 53.9%(올 3분기 기준)에 달하죠. 아무나 엄청난 자금만 있으면 파운드리 사업을 할 수 있을까요? 쉽지 않아요. 예를 들어 TSMC는 최근 3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5나노미터라는 얇은 선 폭으로도 반도체를 생산하려고 해요. 그런데 중국의 한 기업은 여전히 30나노미터 정도의 선 폭만 그릴 수 있다고 해요. 똑같은 설계도라도 중국 기업에 맡기면 반도체 크기가 더 커져야 하고, 전기도 더 많이 소비해요. 무엇보다 큰 반도체를 집어넣으면 전자 제품도 두꺼워지겠죠. 스마트폰은 날렵하고 얇은 게 멋있는데, 30나노미터 반도체를 썼다간 지금보다 2~3배는 두꺼워질지도 몰라요.

다들 얇은 선 폭으로 제작하는 TSMC에 설계도를 맡기고 싶어하니, 이 회사의 공장은 24시간 돌아가고, 일부 고객엔 미안하다며 돌려보낼 정도라고 해요. 애플, 퀄컴, 엔비디아, AMD 등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반도체 기업이 TSMC에 생산을 맡기죠.

◇추격에 나선 삼성전자

엄청난 TSMC에도 막강한 경쟁 상대가 있는데 바로 삼성전자랍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인데, 이 메모리 반도체는 아주 얇은 회로 선 폭으로 대량 생산해요.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에서 자신들의 메모리 반도체를 찍어내기도 하면서 그 기술로 다른 기업의 설계도도 찍어줄 수 있죠.

메모리 1등인 삼성전자는 요즘 욕심을 내서 파운드리 시장도 1등 하려고 투자하고 있어요. TSMC처럼 얇은 회로 선 폭으로 반도체를 찍어낼 수 있는 건 삼성전자밖에 없다는 게 반도체 전문가들의 생각이에요.

파운드리 얘기를 하다 보니 마치 반도체에서 생산이 제일 중요한 것처럼 들리네요. 하지만 좋은 공장 못지않게 여전히 멋있는 설계도를 그리는 일도 중요합니다. 공장을 가질 필요가 없어진 만큼, 모든 직원이 설계도에만 매달릴 수 있는 거죠. 반도체 설계만 하고 생산을 하지 않는 기업을 '팹리스(Fabless) 기업'이라 부릅니다. 말 그대로 생산 설비인 팹(fabrication facility·Fab)이 없다는 뜻이에요. 대표적인 기업이 미국 엔비디아예요. 엔비디아는 PC에 들어가는 'GPU'(그래픽을 처리하는 연산 장치·Graphic Process Unit)'를 가장 잘 설계해요. 그래픽을 처리하는 데 어마어마한 연산을 해야 한다고 하네요. 애플도 빼놓을 수 없죠. 아이폰에 들어가는 두뇌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직접 설계해요.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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