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이야기] "모든 사회는 비교될 수 없다"… 열대 원주민 문화를 '야만'으로 낙인찍어 슬프다고 했죠
슬픈 열대
우리는 인간 사회에 열려 있는 여러 가능성 가운데 각 사회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으며, 그와 같은 선택은 상호 비교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프랑스의 사회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1908~2009)가 1955년 출간한 기행문 '슬픈 열대(Tristes tropiques)'는 한 민족의 생활을 '문명'과 '야만'으로 구분하는 서구인들의 이분법적 사고를 비판한 명저로 평가받는 책입니다.
레비스트로스는 27세 때인 1935년 브라질 상파울루대학교 사회학 교수로 부임했어요. 1937년부터 1938년까지 브라질 정부 후원으로 내륙 지방 원주민 사회 조사단 일원으로 활동하며 원주민 사회를 관찰했는데, '슬픈 열대'는 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슬픈 열대'는 9부로 구성돼 있어요. 4부까지는 자신이 상파울루대학에 부임하는 과정을 서술해요. 책의 핵심 내용인 내륙 지방 원주민들, 즉 카두베오족, 보로로족, 남비콰라족, 투피카와이브족의 생활상은 5~8부에 걸쳐 사실적으로 묘사해요.
당시에도 아마존 유역에는 현대 문명을 조금이라도 경험한 원주민이 적지 않았어요. 브라질 정부는 '문명 생활에 적응시킨다'는 목적으로 원주민들을 특정 지역에 모여 거주하게 했죠. 하지만 그들은 문명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을 전부 받아들이지는 않았어요. 예컨대 정부가 그들을 위해 현대식 주택을 지어주었지만 원주민들은 야외에서 살기를 더 좋아했지요. 레비스트로스는 이들을 "갑작스레 문명의 강요를 당한 '예전 야만인들'"이라고 묘사해요.
레비스트로스가 조사한 카두베오족은 얼굴과 몸에 부족 문신을 짙게 했고, 보로로족 미혼 남녀는 집단생활을 했어요. 그들의 마을은 오두막이 모여 마치 한 수레바퀴처럼 보일 정도로 건축적 완성도가 높았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나무뿌리나 거미, 유충을 먹기도 하고, 벌거벗은 채로 생활했어요. 1930년대 서구인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 눈에도 미개하고 야만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레비스트로스의 생각은 달랐어요. 그는 원주민들이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균형을 이루는 탁월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조화롭게 살아가는 원주민 사회를 문명화된 서구 사회가 오히려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죠. 서구 사회가 원주민의 집과 옷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정신세계마저 바꾸려 하고 있다는 거예요.
레비스트로스는 이처럼 자신들의 삶과 다르다는 이유로 야만적이라고 낙인찍는 행태에 비애를 느끼고 이것을 '슬픈 열대'라고 비판했답니다. 책 제목이 '슬픈 열대'가 된 이유를 알겠죠? 혹시 여러분도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배척하거나 무시한 적은 없나요? 각각의 개성과 특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슬픈 열대'는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장동석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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