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의 한국사] 958년 고려 광종 때 처음 실시… 당시 의대는 '태의감'이었대요
의사 국가고시
의사 국가고시 응시를 둘러싸고 의대생들과 정부 간 대치가 이어지고 있어요. 국내 의대생들은 정부가 주관하는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해야 의사 자격 면허를 받게 되는데요. 그렇다면 지금처럼 의대나 전문대학원이 없던 시절에는 어떤 자격을 갖추어야 의사가 될 수 있었을까요?
◇고려시대부터 시작된 의과 국가고시
기록에 따르면 백제와 신라에선 의박사(醫博士)라는 관직을 두어 전문적으로 의학에 관한 업무와 교육을 담당하게 하였어요. 하지만 지금의 의사 국가고시 같은 정식 시험이 치러진 건 고려시대 과거제도가 실시되면서부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건의에 따라 처음으로 과거제도를 설치하였다. 시(詩)·부(賦)·송(頌) 및 시무책(時務策)으로 시험을 치러 진사를 뽑고, 더불어 명경업(明經業)·의업(醫業)·복업(卜業) 등도 뽑았다."
'고려사'에 기록된 과거 시행에 대한 내용이에요. 시나 글을 잘 짓는지 평가하는 것은 제술과(진사과), 유교 경전을 잘 외우는 지 알아보는 명경업, 의술에 대한 지식을 묻는 의업, 천문학과 관련된 복업이었죠.
시험을 거쳐 관리를 선발하는 제도인 과거는 587년 중국 수나라 때 처음 시작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제4대 왕 광종 때인 958년 처음 실시되었어요. 의학을 비롯해 법률이나 회계, 천문 등 기술관리를 뽑는 과거시험을 잡과(雜科)라고 불렀죠.
의업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은 천민과 향·소·부곡에 사는 천민 대우를 받는 사람들을 제외한 모든 일반 백성이었는데요. 당시 의료기관인 태의감에 들어가 의학에 대한 교육을 받고 과거시험을 보았다고 해요. 수도인 개성뿐 아니라 지금의 평양인 서경, 서울인 남경, 경주인 동경 등 지방에 설치한 분사태의감에서 의학생을 받아 교육하였죠. 오늘날 의과대학에서 의학에 대한 공부를 하고 의사 국가고시를 보는 것과 유사하답니다.
이 같은 과거제도는 조선시대로 이어졌어요. 응시 자격은 고려와 마찬가지로 양인, 즉 천민이 아니면 누구나 가능했어요. 의과 지망자는 의료기관인 전의감, 혜민서 의학생으로 입학해 의학 교육을 받았다고 해요.
◇무관 그만두고 '사상의학' 만든 이제마
사실 고려·조선시대 의사가 될 수 있는 길은 오늘날보다 비교적 다양했어요. 반드시 관직에 올라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동네에 의원을 차리거나 의원에 들어가서 의술을 배우면 과거에 합격할 필요가 없었죠.
고려시대 의술로 크게 이름을 떨친 설경성은 집안 대대로 의술을 펼친 가문 출신이었는데요. 어려서부터 의학 지식을 습득하여 명의로 이름을 떨쳤고, 1285년 고려의 명의로 선발되어 중국 북경으로 가서 원나라 세조의 병을 낫게 하였어요. 고려 전기 의술인 이상로는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한 승려에게 의술을 배워 의사로 활약하였고 침술로 고려 제18대 왕 의종의 병을 치료해 출세를 하게 됐지요.
조선 말기 의학자로 사람의 체질과 성질에 따라 치료를 달리해야 한다는 사상의학을 주장한 이제마(1837~1899)는 의과가 아니라 무과로 과거에 급제하여 관직에 등용되었던 인물이에요. 자신의 질병을 치료하려는 목적으로 의료 공부를 시작하였다가 관직을 그만두고 의사로 활동하며 의학 서적도 편찬하였지요.
◇종1품에 올랐던 허준
조선시대 임금을 치료하는 어의로서 종1품 최고의 벼슬에 올랐던 허준(1539~1615)은 '동의보감' 등 의학 서적을 집필하여 조선을 대표하는 의학자로 평가받는 인물이에요. 그가 언제 어떻게 의학을 공부했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인 기록은 아직 찾을 수 없어요. 조선 중기 문신 유희춘의 '미암일기'에 따르면 유희춘이 1569년 이조판서 홍담에게 허준의 천거를 부탁하고 허준이 1572년 종4품 내의원첨정에 봉해졌다는 기록이 있어요. '양천 허씨 세보'에는 1574년 허준이 의과에 급제하였다고 알려져 있지만 당시 의과 급제자 기록에는 허준의 이름이 없었다고 해요. 이 때문에 허준의 의술이 뛰어나 특별히 관직에 올라 파격적인 승진을 한 것으로 짐작하고 있어요.
지호진 어린이 역사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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