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세계사] 이탈리아 통일 이끈 의용군… 군복 대신 도살장 노동자 옷 입었죠
붉은 셔츠단
이탈리아에서 시칠리아 다음으로 큰 섬이기도 한 사르데냐섬은 역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곳입니다. 이탈리아 통일을 주도한 인물인 주세페 가리발디(1807~1882)가 이곳을 근거지로 했던 사르데냐 왕국 출신이기 때문이지요. 오늘은 '이탈리아 통일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가리발디 장군에 대해 알아볼게요.
◇분열되어 있던 이탈리아 반도
중세시대 사보이가(家)는 오늘날 프랑스령인 사보이를 중심으로 스위스 일부, 이탈리아 북서부로 세력을 확장하다 1416년에는 신성로마제국(오늘날 독일)으로부터 공작 칭호를 받아 '사보이 공국'이 됐습니다.
18세기 에스파냐의 카를로스 2세가 후사 없이 사망하자 에스파냐 왕실은 조카 손주인 프랑스 부르봉 왕실의 필리프를 후계자로 지명했는데요. 프랑스의 영향력이 커질 것을 우려한 영국·오스트리아·네덜란드·사보이 공국 등은 프랑스·에스파냐와 전쟁을 벌였어요. 에스파냐 왕위 계승 전쟁(1701~1714년)이 벌어진 거죠. 이 전쟁으로 사보이 공국은 1720년 에스파냐령이었던 사르데냐 지역을 얻고 '사르데냐 왕국'을 수립했답니다. 하지만 당시 이탈리아는 여러 도시국가와 제후국으로 분열되어 있었어요.
◇"이탈리아만의 통일 국가를 세우자"
18세기 후반 유럽 세계는 혼란에 빠져 있었어요. 나폴레옹 정복 전쟁으로 사르데냐 왕국 역시 사르데냐를 제외한 모든 영토를 잃고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답니다.
나폴레옹이 몰락하자 유럽 열강들은 오스트리아에서 빈 회의를 갖고 '나폴레옹 이전의 유럽'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합니다. 자유주의와 민족주의 운동을 억압하는 구(舊)체제로 돌아가자는 것이었죠. 사르데냐 왕국도 피에몬테 등 옛 영토를 회복했지만, 오스트리아가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와 베네치아를 차지하면서 이탈리아는 오스트리아가 통치하는 북동부, 로마 교황령, 에스파냐 부르봉 왕가가 지배하는 양(兩)시칠리아 왕국, 사르데냐-피에몬테 왕국 등으로 분열됐지요.
그러나 이탈리아 내에 퍼진 자유주의와 민족주의는 '이탈리아만의 통일 국가를 세우자는 열망'을 일깨웠습니다. 1831년 이탈리아 민족주의자인 마치니는 공화국을 추구하는 '이탈리아 청년당'을 만들어 민족정신을 고취시켰어요. 이후 이탈리아 통일 운동은 사르데냐-피에몬테 왕국의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와 사르데냐의 정치가인 카보우르가 주도적으로 이끌었습니다.
◇통일의 기초 마련한 가리발디 장군
당시 이탈리아 남부에서는 사르데냐 왕국 출신의 가리발디 장군의 활약이 두드러졌습니다. 가리발디는 사르데냐 왕국 니스(오늘날 프랑스 영토)에서 태어난 해군 출신으로 우루과이 내전(1839~1851)에서 이탈리아 의용군을 꾸려 활약한 인물이에요. 당시 우루과이에서 결성된 가리발디의 의용군은 붉은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요. 도살장 노동자들이 피 얼룩을 감추기 위해 입는 붉은 셔츠를 군복 대신 입기 시작하면서 가리발디가 이끄는 의용군을 '붉은 셔츠단'이라 부르게 되었어요.
1860년 가리발디는 1000여명의 '붉은 셔츠단'을 이끌고 시칠리아의 부르봉 군대를 격파한 뒤 시칠리아와 나폴리를 점령했답니다. 당시 이탈리아 젊은 층에선 가리발디의 붉은 셔츠가 유행했을 만큼 그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고해요.
원래 가리발디는 마치니의 영향을 받은 공화주의자였지만 통일을 위해 에마누엘레 2세를 통일 이탈리아의 군주로 인정하고 정복한 지역들을 그에게 바쳤답니다. 가리발디가 남부 이탈리아의 왕이 될 거라는 사람들의 예상과 정반대였어요.
1861년 마침내 사르데냐 왕국의 에마누엘레 2세가 '통일 이탈리아' 왕에 즉위했습니다. 이후 가리발디는 카프레라섬으로 사실상 은둔하다시피하며 권력과 거리를 두었고, 말년엔 사회 사업 등을 하며 조용히 살아갔답니다. 1866년 이탈리아는 오스트리아-프로이센 전쟁에 참여해 베네치아를 획득하고 1870년 로마 교황령을 점령해 오늘날의 통일 국가를 완성했습니다.
윤서원·서울 단대부고 역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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