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있는 세계사] 몽골 기병에 붙잡힌 명나라 영종… 전쟁터서 포로된 유일한 황제죠
토목보의 변
지금은 중국 북부 국경지대에 있는 몽골족 자치구가 중국의 일부이지만, 한때 몽골족은 중국의 한족 왕조를 무너뜨리고 중원을 차지하며 동아시아를 호령했습니다. 특히 몽골족에 중국 황제가 생포된 '토목보의 변(變)' 사건은 주변국에 큰 충격을 주었죠. 중국 역사에서 군대를 이끌고 전쟁터에 나간 황제가 적군의 포로로 잡힌 유일한 사건이에요.
◇15세기 북쪽 초원지대 장악한 몽골족
13세기 중반부터 중국 본토를 중심으로 동아시아 일대를 지배하던 원나라는 국가 기강이 해이해지며 내부적인 위기에 봉착했어요. 그러다 1368년, 주원장이 세운 명나라 군대에 수도 대도(현 베이징)를 빼앗겼지요. 원나라 마지막 황제였던 혜종은 북쪽 초원 지대로 물러났고 몽골은 '북원'이라는 이름으로 세력을 유지하였습니다.
몽골은 경제적 목적을 위해 명나라와 교역을 하면서도 지속적으로 군사적인 위협을 가하였어요. 15세기가 되자 몽골 초원 지대에 '오이라트'라 불리는 몽골계 부족 세력이 성장하였는데요. 지도자 에센이 여러 부족을 통일하면서 서쪽으로는 발하슈호(오늘날 카자흐스탄)에서 동쪽으로는 바이칼호(오늘날 시베리아)까지, 남쪽으로는 만리장성에 이르는 거대한 영토를 차지하였어요.
이렇게 북원이 다시 몸집을 키우는 동안 명나라 조정은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당시 황제였던 영종(정통제)은 아홉 살 어린 나이에 황위에 올랐는데, 이를 이용해 환관들이 국정을 장악하였어요.
1449년 7월 북원은 방어가 취약한 명나라 변방에 군사를 보내 네 갈래로 병력을 나누고 만리장성을 넘었습니다. 북원의 침략 소식이 전해지자 명나라 황제는 50만 군대를 이끌고 직접 전쟁에 나섰습니다. 그 뒤에는 당시 국정을 좌지우지했던 환관 왕진이 있었죠.
◇명 황제, 몽골 기병의 포로 돼
당시 북원 군대는 2만 명 정도였지만 매우 강력하였고, 반면 명나라 군대는 전쟁 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어요. 앞서 보낸 명나라 군대가 계속 패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자 황제는 결국 후퇴를 결정하였어요.
그렇게 군대를 돌리던 중 오늘날 허베이성 화이라이현 부근 토목보에서 황제가 이끌던 군대와 북원 기병 군단 간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이 전쟁에서 명의 군대는 큰 피해를 입었고, 북원은 명나라 황제를 포로로 붙잡았답니다. 황제의 나이 22살 때의 일이었어요. 중국에서는 이를 '토목보의 변'이라 부릅니다. 앞서 1126년 여진족이 송나라를 침략한 뒤 송의 황제를 포로로 삼은 사건(정강의 변)도 있었지만, 황제가 직접 군대를 이끌고 나간 전쟁터에서 포로로 사로잡힌 것은 이 사건이 처음이었어요. 이후 북원은 황제를 인질로 삼고 베이징 근처까지 나아가 명 조정에 자신의 뜻을 따를 것을 요구하였어요.
명나라 최고의 정예병들이 이미 토목보에서 전멸해 베이징의 군사력은 공백 상태였어요. 그러자 일부 신하들은 영종의 이복동생을 새 황제로 세우고 영종을 태상황으로 세웠습니다. 그리고 남쪽에 있던 22만 병력을 베이징으로 불러 북원과 전쟁을 벌였지요.
명에 새 황제(경태제)가 즉위하자 영종은 협상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어요. 북원 군대는 명의 결사 저항에 눌려 결국 패배하였답니다. 북원은 다음 해 영종을 명으로 돌려보냈지요. 영종은 이후 남궁(南宮)에 유폐되었다가 경태제가 병에 걸리자 8년 만에 다시 복위(천순제)했어요. 이후 7년간 황제로 나라를 다스렸지만 환관들의 횡포에 시달리는 등 굴곡진 삶을 살았답니다.
서민영 경기 함현고 역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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