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이 음식] 온도·습도에 민감해 인공재배 불가능… 섭씨 17도의 소나무숲에서만 자란대요
송이버섯
송이버섯<사진>은 가을을 대표하는 별미입니다. 입안과 콧속을 가득 채우는 은은한 솔향기가 특징이죠. 고려 명종 때 문신 이인로는 '파한집(破閑集)'에서 "맛이 신비하며 이뇨 작용을 돕고 정신 안정 효과가 있는 향기가 난다"고 극찬했고, 중국에서는 불로장생의 영약(靈藥)으로 여겼어요.
송이가 단순한 버섯을 넘어 영물(靈物) 대접을 받은 건 지금까지도 인공재배가 불가능할 정도로 생장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우선 송이는 온도와 습도에 매우 민감합니다. 숲속 온도가 섭씨 17도, 지표 온도가 19도 내외인 상태로 일교차가 10도 정도인 날씨가 열흘 이상 지속돼야 발아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해발 700~1100m 능선에 있는 소나무숲에서만 자랍니다. 송이가 스스로 양분을 만들지 못해 살아있는 소나무 뿌리 근처에 붙어서 탄수화물을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송이(松耳)'란 이름도 이 때문에 붙었어요.
이러한 조건이 갖춰지면 3~4일이면 다 자랍니다. 하지만 48시간 안에 송이를 채취하지 못하면 특유의 맛과 향이 사라져버린다고 해요. 또 송이는 쇠가 조금만 닿아도 맛이 변질돼서 상품 가치가 뚝 떨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나무 지팡이로 캐야 합니다. 이렇다 보니 송이가 비쌀 수밖에 없는데요. 송이버섯 하나 가격이 보통 3만~4만원, 최대 6만원을 호가하기도 합니다. 송이철 도둑을 막으려고 공기총을 든 일꾼이 밤샘하며 송이를 지킬 정도입니다.
생송이는 결대로 찢어 먹으면 육질이 탱탱하고 오독오독해요. 송이 몇 조각을 밥에 얹은 '송이솥밥'도 맛있지만 얇게 썰어서 숯불 등 센 불에 살짝 구운 '직화구이'는 본연의 맛을 즐기는 최고의 방법이죠. 그런데 올해는 장마가 워낙 길었던 탓에 송이를 맛보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송이 생장조건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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