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로 세상 읽기] 프로 선수의 대리인… 1960년대 '골프 황제' 아널드 파머 때부터 체계화됐죠
스포츠 에이전트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는 추신수 선수가 올해 텍사스 레인저스와 재계약을 맺을 수 있을지 많은 팬이 주목하고 있어요. 앞서 류현진 선수가 4년간 8000만달러(약 940억원)라는 거액으로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을 맺어 화제가 됐기 때문이죠.
사실 류현진 선수의 계약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것은 류현진 선수의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입니다. 변호사인 보라스가 탁월한 협상 전략으로 류현진 선수의 가치를 높였다는 거죠. 보라스가 지난해 류현진 선수의 계약으로 거둔 수수료 수입만 무려 60억원이라고 해요. 스포츠 에이전트의 중요성과 화려함을 한눈에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습니다.
스포츠 에이전트는 스포츠 선수를 대신해서 구단이나 협찬사, 광고주와의 계약, 다른 팀으로의 이적, 다양한 외부 활동 등을 대신해서 진행해주는 전문가를 말해요. 모든 일을 선수가 직접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생겨난 직업이지요. 많은 사람이 스포츠 에이전트가 비교적 최근 생긴 직업으로 알고 있는데요. 하지만 1925년 전설적인 풋볼 선수인 레드 그레인지가 계약을 위해 대리인을 고용한 것이 최초라고 합니다. 거의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는 셈이에요.
미국에서도 처음엔 존재감이 없었던 스포츠 에이전트가 시장에 전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 마크 매코맥이라는 변호사가 에이전시 회사인 'IMG'를 설립하고 스포츠 에이전트 활동을 하면서부터예요. 전설적인 미국 프로 골프 선수인 아널드 파머(1929~2016)가 첫 고객이었답니다. 선수를 위해 광고 계약을 따주고 대기업 CEO와 골프를 주선하거나 각종 이벤트 시합을 개최하는 등 매코맥은 자신의 고객인 선수들을 더 유명하게 해주고 더 많은 돈을 벌게 만들어 주어 명성을 떨쳤다고 해요. 그래서 그를 현대 스포츠 에이전트의 선구자로 부릅니다. 지금은 미국 프로 스포츠 선수 중 에이전트가 없는 선수가 없을 정도예요.
우리나라는 스타 선수의 지나친 연봉 상승 등을 걱정하는 구단들의 반대로 스포츠 에이전트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최근 프로야구에서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하는 등 본격화하고 있어요. 그러나 가장 시장 규모가 큰 프로야구의 경우도 에이전트를 통한 계약은 25%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고 해요. 선수의 권리 보호나 경제적 이익 증대를 위해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 활성화에 대한 요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 앞으로 우리나라에도 에이전트 활동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죠.
원래 스포츠 에이전트는 선수의 연봉 계약만 대리했었지만 지금은 운동하는 것 외에 선수가 해야 하는 거의 모든 일을 도맡아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봉 협상은 기본이고 광고나 스폰서십 계약, 스케줄이나 이미지 관리, 언론 홍보, 의료·법률 서비스 등 거의 모든 걸 진행해주죠. 에이전트 중에는 여러 법률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변호사가 많다고 해요.
김유겸·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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