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 중앙아메리카가 고향인 '태양을 닮은 꽃'… 가을 되면 햇볕 따라다니지 않는대요
해바라기
노랗고 길쭉한 꽃잎이 촘촘하게 갈색빛 중심을 빙 둘러싼 모습이 마치 가을의 강렬한 태양 같습니다. 어른 키를 한참 넘어선 높이까지 자라서 아이 팔뚝만큼이나 큰 꽃을 피우네요. 가을이 성큼 다가온 지금, 양지바른 곳에서 화려한 꽃을 피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해바라기<사진>입니다.
해바라기는 국화나 구절초와 같은 국화과(科) 식물로,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입니다.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후 16세기에 유럽에 소개되면서 '태양의 꽃'으로 불리게 됐어요. 해바라기가 화려하게 느껴지는 건 해바라기가 작은 꽃들이 모여 이룬 커다란 꽃무리이기 때문이랍니다. 바깥쪽의 길쭉한 노란색 꽃잎은 제각각 암술을 따로 가진 작은 꽃이고, 안쪽을 이루는 갈색 통(관상화) 역시 작은 꽃입니다.
해바라기란 이름은 '해를 따라 움직이는 꽃'이라는 뜻에서 붙여졌어요.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꽃을 활짝 피우기 전인 '성장기'(보통 봄·여름인 3~8월)에만 해를 향하는 꽃입니다. 어린 해바라기 줄기는 해가 뜨면 동쪽으로 구부러졌다가 해가 지면 서쪽으로 구부러져요. 그래서 꽃봉오리가 영락없이 해를 따라 고개를 움직이는 것 같지요. 밤에는 다시 줄기를 동쪽으로 돌려서 아침에 뜰 해를 기다립니다.
어린 해바라기 줄기가 태양을 향해 굽어지는 이유는 식물에 있는 '옥신'이라는 성장 호르몬 때문입니다. 옥신은 빛을 아주 싫어해서 최대한 빛을 덜 받는 쪽으로 많이 분비돼요. 그 결과 태양 반대편 줄기의 한쪽 성장만 빨라져서 줄기가 마치 태양을 향해 굽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랍니다.
이렇게 되면 식물의 빠른 성장에 유리합니다. 잎이 빛을 받는 면적이 넓어지고 광합성에 유리해지면서 양분을 더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실제 사람이 억지로 해바라기의 몸을 돌려 빛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하면 성장이 둔화돼 잎 크기가 10%가량 줄어들고 전체 무게도 줄어든다고 해요. 한 해에 높게는 4~5m까지 자라고 큼지막한 꽃을 피우는 해바라기의 경우 광합성을 더욱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이 같은 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여요.
완전히 성장을 마치고 만개한 해바라기는 더 이상 해를 따라다니지 않습니다. 활짝 핀 꽃은 번식을 위해 곤충을 유인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일반적으로 동쪽을 바라보고 있는 꽃의 온도가 더 높고, 곤충은 이렇게 따뜻한 꽃을 아주 좋아한답니다. 그래서 강제로 서쪽을 보게 만든 해바라기보다 곤충을 5배나 더 많이 유인한다고 해요.
최새미 식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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