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이 음식] 남미서 일본 거쳐 17세기에 들어와 20세기 초까진 '감자'라 불렀대요
고구마
겨울철 별미인 고구마<사진>는 원래 이름이 '감자'였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김동인의 소설 '감자'에서 주인공 복녀가 왕서방네 밭에서 몰래 캐던 작물도 감자가 아니라 고구마였답니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고구마는 17세기 초반 광해군 때 일본을 거쳐 들어왔다고 알려졌습니다. 당시 이름은 '감저'였는데요. 마처럼 생겼지만 단맛이 난다는 뜻이었죠. 따뜻한 곳에서 잘 자라는 고구마는 경상도와 전라도 등 남쪽 지방에서 오랫동안 재배됐어요.
감자는 고구마보다 한참 늦은 19세기 초 중국을 통해 들어왔습니다. '북방에서 온 감저'라는 뜻으로 '북감저'라고 불렀습니다. 아무 데서나 잘 자라는 감자는 빠르게 한반도 전역으로 퍼졌습니다. '감저' 또는 '감자'는 20세기 초반까지 고구마와 감자 둘 다 뜻하는 말로 혼용되다가, 감자만을 지칭하는 말로 굳어졌죠.
고구마는 고구마를 뜻하는 일본 쓰시마(대마도) 사투리 '고코이모'의 변형이라고 국어학자들은 추측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제주도에서는 고구마를 감자 또는 감저라고 부른답니다. 대신 감자는 '지슬'이라 부르죠.
고구마는 열량이 높지 않으면서 포만감을 주는 다이어트 식품입니다. 또 식이 섬유가 많아서 변비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요. 이 밖에도 비타민A와 C가 양파·당근·호박보다 많고, 칼륨은 고구마 하나에 하루 권장량의 27%나 함유하고 있어요.
고구마는 생으로 먹기보다는 익혀 먹어야 더 영양가가 높습니다. 또 맛있게 먹으려면 구워 먹는 편이 더 좋아요. 고구마에는 베타아밀라아제라는 효소가 있는데, 이 효소가 활발하게 오래 활동할수록 더 달아집니다. 그런데 찌거나 삶으면 온도가 빨리 올라가 효소 활동을 막아요. 반면 고구마를 구우면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 효소가 오래 활발하게 활동해 단맛을 높여줍니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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