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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선생님

[고전 이야기] 스페인 내전서 빛난 한 인간의 용기와 희생 … 종군기자 헤밍웨이의 체험 녹아있죠

by 제이노엘 2020.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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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이야기] 스페인 내전서 빛난 한 인간의 용기와 희생 … 종군기자 헤밍웨이의 체험 녹아있죠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누구도 그 자체로 온전한 섬이 아니다. (중략) 누군가의 죽음이 나의 생명을 감소시키는 것은, 내가 인류와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는지 알려고 사람을 보내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니."

▲   1943년 개봉한 영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포스터예요. /위키피디아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원제 For Whom the Bell Tolls)는 소설 '노인과 바다'로 유명한 미국의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가 1940년 발표한 작품이에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용기와 희생을 그린 대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이 작품은 1930년대 후반 벌어진 스페인 내전이 배경입니다. 헤밍웨이는 이 전쟁에 종군기자로 참여했어요. 스페인 내전은 1936년 2월 수립한 공화정부에 프란시스코 프랑코 등 군부 파시스트 세력이 반기를 들면서 발발했습니다. 당시 헤밍웨이는 공화정부를 지지하며 직접 취재한 전쟁 상황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일조했답니다. 그러니 헤밍웨이의 전쟁 경험과 생각이 이 작품에 녹아 있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작품 속에서 스페인 공화정부를 지지하는 미국인 로버트 조던은 국제 여단 의용군 일원으로 스페인 내전에 뛰어들어요. 1년여간 게릴라 부대 일원으로 활동한 그는 마드리드 북쪽 지역에 있는 한 다리를 폭파하는 임무를 맡아요. 게릴라 부대의 리더는 파블로였지만, 실제로는 그의 아내 필라르가 더 영향력이 있었어요. 조던은 믿음직한 안셀모 노인 등과 생활하며 마치 가족 같은 느낌을 받고, 부모를 잃고 게릴라 부대에서 생활하던 마리아와 사랑에 빠지며 인생과 삶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요. 조던은 이들과 함께 살면서 자기 임무와 대의만을 중시하던 경직된 생각을 버리고, 함께 삶을 나누는 사람들과 인간적으로 유대하고 공감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죠.

새로운 삶에 대한 열망은 조던이 비밀 작전을 성공시켜야 하는 이유가 되었어요. 하지만 적군은 이미 기습 공격에 대비해 병력을 늘린 상황이었고, 5월에 불어 닥친 눈보라도 그들의 작전을 방해했어요. 적군의 기마 부대는 게릴라 부대를 거의 전멸시켰지만, 조던 일행은 얼마 남지 않은 폭파 장치를 모아 결국 다리를 폭파하는 데 성공해요. 하지만 총상을 입은 조던은 부대원들과 함께 퇴각할 수 없었어요. 그는 마리아를 비롯한 부대원들에게 도망가라고 종용하고, 홀로 남아 적군을 향해 총을 쏘는 것으로 끝나요.

조던과 게릴라 부대원들이 처음 만났을 때는 기름과 물처럼 겉도는 사이였어요. 하지만 조던은 마지막 순간 그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했어요. 사실 그들은 공화주의니 민주주의니 하는 대의는 알지 못하는, 현실의 눈으로 보면 보잘것없는 사람들이었어요. 아마도 조던은 그들과 부대끼며 살면서 사람 사는 이치를 배웠을 거예요. 대의명분도 중요하지만, 내 주위 사람들과 먼저 평화롭게 지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조던은 깨달은 거죠.

제목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17세기 시인 존 던의 시에서 딴 거예요. 헤밍웨이는 우리 모두는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잘 알려주는 이 시구를 소설을 시작하기 앞서 인용했답니다.

장동석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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