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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물고기처럼 유유히, 꽃게처럼 뒤뚱뒤뚱… 해저 6000m까지 탐사

by 제이노엘 2020.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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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과학] 물고기처럼 유유히, 꽃게처럼 뒤뚱뒤뚱… 해저 6000m까지 탐사

 

수중 로봇

얼마 전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주도 해상에 수중 로봇이 투입돼 바닷속 생태계 조사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졌어요. HD(고화질) 카메라를 장착한 수중 로봇이 최대 수심 2500m 지점까지 내려가 미지의 심해를 탐험하게 됐다는 거예요. 최장 잠수 시간이 1시간 남짓, 최대 수심이 40m 정도로 제한된 사람에 비해 더 오래, 더 깊이 잠수할 수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거는 기대가 크다고 해요.

오늘날 다양한 로봇들이 각 분야에서 도움을 주고 있지만, 그중에서 해양 연구를 돕는 수중 로봇은 사람이 가지 못하는 심해를 누비며 큰 도움이 되고 있답니다. 오늘은 수중 로봇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게요.

◇해저 6000m 바닥을 걸어다니는 로봇

수중 로봇의 조상은 '잠수정'이에요. 잠수정은 사람이 직접 타고 움직이는 유인 잠수정과 사람이 타지 않는 무인 잠수정으로 나누지요. 오늘날 수중 로봇에 해당되는 건 무인 잠수정입니다. 세계 최초의 원격 무인 잠수정은 1953년 프랑스 발명가가 만든 '푸들'로 전해져요. 우리나라에선 1980년대부터 본격적인 해양 로봇 연구 시대가 열렸고, 오늘날 2500m 수심에서 바다 환경을 조사하거나 바닷속에 구조물을 만들고 지반을 뚫는 등의 공사를 하는 수중 건설 로봇들의 활약이 두드러집니다.

세계적으로 심해 탐사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요. 바닷속을 탐사할수록 육지에서는 찾을 수 없는 심해 생물 자원, 광물 자원 등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오늘날 심해 무인 잠수정은 해저 6000m까지 원활하게 탐사할 수 있고, 우리나라에도 국내에서 제작한 무인 잠수정 '해미래'가 해저 6000m까지 잠수할 수 있답니다.

▲   /그래픽=안병현

 

국내에서 만든 꽃게를 닮은 심해 탐사 로봇 '크랩스터 6000'은 세계 최초로 6000m 바닷속을 걸어서 움직일 수 있는 수중 로봇으로 주목받고 있어요. 6개의 다리를 이용해 초속 10㎝로 걸어다니는데, 심해의 토양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 근접 탐사가 가능하다고 해요. 엄청난 수압을 견딜 수 있도록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 티타늄 등 단단한 소재로 만들었답니다. 또 육지에서는 무게가 1t에 이르지만 바닷속에서는 부력재 등의 도움으로 무게가 30㎏으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무리 지어 헤엄치는 물고기 로봇

수중 로봇은 해양 생태계 연구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어요. 특히 최근에는 로봇 물고기를 활용한 연구들이 주목을 끌고 있답니다. 지난 10월에는 독일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의 이안 쿠진 박사를 비롯한 독일과 헝가리, 중국 연구팀이 로봇 물고기를 활용해 물고기가 떼를 지어 군집 유영을 하는 이유를 밝혀내 주목받았어요.

연구팀은 물고기가 혼자 헤엄칠 때와 무리를 이루어 함께 움직일 때 각 개체에서 일어나는 에너지 소비 정도를 분석했어요. 다만 실제로 헤엄치는 물고기 에너지를 분석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물고기와 똑같이 움직이는 로봇 물고기를 만들어 실험에 이용했지요. 길이 45㎝, 질량 800g의 로봇 물고기는 부드러운 방수 고무로 싸인 모터가 관절의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답니다. 마치 실제 물고기의 움직임처럼 헤엄치도록 개발되었어요.

실험 결과 로봇 물고기가 혼자 유영할 때보다 떼지어 같이 헤엄칠 때 에너지 소비가 뚜렷하게 줄어드는 것이 확인됐답니다. 앞에 가는 물고기가 만들어낸 소용돌이가 뒤쪽으로 흘러가면서 뒤따르는 물고기가 이 소용돌이를 이용해 혼자 헤엄칠 때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로 유영할 수 있다는 걸 알아낸 거예요. 이처럼 떼를 지어 움직이는 어류의 행태를 분석하는 것은 생태 연구는 물론 어업 활동이나 수중 이동 수단과 같은 산업 연구 분야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해요.

◇민감한 해양 연구를 위한 오징어 로봇

아름다운 바닷속 모습을 떠올릴 때 항상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산호초입니다. 산호초는 산호충의 분비물인 탄산칼슘이 쌓여서 만들어진 암초인데, 해안 지역의 침식을 막아주고 다양한 해양 생물들에게 서식처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특히 호주 북동해안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산호초 지대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가 유명하지요.

그런데 최근 기후 변화로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산호초들이 해마다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고 해요.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서 산호가 산소와 영양분을 배출하지 못하고 하얗게 변하면서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동안 과학자들은 사람이 직접 접근하기 힘든 바닷속 생태계 연구에 무인 잠수정을 이용해왔지만, 산호와 주변의 작은 생물들은 작은 충격에도 민감해서 근접 연구가 어려웠다고 해요.

지난 10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마이클 톨리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징어 모양의 소프트 로봇인 '스퀴드봇(Squidbot)'을 개발했어요. 소프트 로봇은 보통 유연하고 신축성 있는 재료를 활용해서 만들기 때문에 단단한 소재로 만든 로봇에 비해 움직임이 부드럽고 형태 변화가 쉬운 것이 특징이지요. 스퀴드봇은 부드러운 표면을 가지고 있어 산호초 주변에 보다 섬세하게 접근할 수 있고, 내부에는 물을 빨아들인 후 분사할 수 있는 펌프를 가지고 있어서 뒤로 물을 조금씩 뿜어내면서 이동할 수 있답니다. 실험 결과 스퀴드봇은 1초에 32㎝를 이동하면서 방향 전환도 쉽게 할 수 있고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센서와 카메라도 달려있어 영상 촬영도 가능하다고 해요.

안주현 박사·서울 중동고 과학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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