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다, 이 책!] 미국 신여성부터 일본 갸루족까지
패션 100년사에 담긴 인류의 역사
패션플래닛
나타샤 슬리 글|신시아 키틀러 그림|전하림 옮김
보물창고|72쪽|2만6000원
비 오는 여름날엔 어떤 옷을 입고 나갈지 고민돼요. 긴 바지를 입고 나갔다가 젖으면 어떡하지? 민소매를 입고 나갔다가 추우면 어떡하지? 우중충한 날씨엔 일부러 산뜻한 색깔의 옷을 골라 입는 사람도 있고, 허름하더라도 빨기 쉬운 옷을 입는다는 사람도 있어요.
옷의 첫 번째 목적은 우리 몸을 보호하는 것이죠. 하지만 단순히 기능적인 면만 생각하면 삶의 기쁨 중 하나를 놓칠 수 있어요. 이 책은 20세기에 등장했던 여러 가지 패션을 화려하고 생동감 있는 그림으로 소개하고 있어요. 화려한 패션의 역사 가운데 눈에 띄는 25곳의 결정적인 장면을 보여주지요.
1900년대 초 영국 사교계 무도회장에서 왈츠를 추는 멋진 남녀들 패션으로 출발한 이 책은 1920년대 짧은 스커트나 소매 없는 드레스를 입은 미국 신여성(플래퍼·flapper)의 패션, 1920년대 뉴욕 흑인들을 중심으로 유행한 '할렘 르네상스' 패션, 1920년대 중국 상하이를 중심으로 퍼졌던 날씬한 치파오(전통의상) 패션, 1960년대 영미권에서 인기를 끈 파격적인 히피·펑크족 패션, 1990년대 일본을 휩쓴 갸루족 패션, 200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화려한 댄스경연 패션인 스코타니까지 거침없이 달려옵니다. 이 다양한 패션의 유행이 겨우 100여 년 사이에 벌어진 일들이에요.
패션은 당대 현실이나 문화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1910년대 프랑스 여성들이 입었던 드레스는 러시아발레단 의상에서 영감을 받아 허리선이 가슴팍까지 한껏 올라간 우아한 실루엣을 보여줍니다. 20세기 초 미국에는 자전거 타는 여성들이 급격히 늘어났는데 여전히 불편하게 긴 치마를 입고 타야 했어요.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대체로 소박하고 실용적인 패션이 널리 퍼졌지요.
영화도 패션에 큰 영향을 미쳤어요. 미국 할리우드 영화 속 패션은 수많은 사람의 옷차림을 바꿔놓았죠. 인도 발리우드 영화는 인도 전통 평상복을 어떻게 하면 현대적으로 입을 수 있는지 보여주었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역사 속 인물이나 영화 속 주인공 옷차림도 범상치 않아 보입니다. 패션은 세계관을 보여주니까요. 옷의 의미를 마치 책 읽듯 읽어낼 수 있는 거예요.
박사 북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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