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의 한국사] 백제 '웅진시대'의 중심… 불과 63년이었지만 '제2전성기' 열었죠
공주 공산성
연일 계속된 폭우로 충남 공주에 있는 공산성(公山城)의 성벽 일부가 무너져 긴급 보수 작업에 들어갔다는 뉴스가 전해졌어요. 공주 공산성은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백제 역사 유적 지구' 내에 있는 문화재예요. 백제가 웅진(지금의 공주)을 도읍 삼았던 '웅진 시대(475~538년)'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이지요. 오늘은 백제의 웅진 시대와 공산성에 대해 알아볼게요.
◇한성 시대에서 웅진 시대로
475년 음력 10월 어느 날, 백제 제22대 문주왕이 신하들과 백성을 거느리고 한성(지금의 서울)에서 남쪽으로 바쁘게 움직였어요.
"고구려가 언제 다시 쳐들어올지 모릅니다!" "잿더미가 된 한성에선 적을 막아내기가 어렵습니다!" 신하들의 재촉에 문주왕은 나라의 도읍을 한성보다 남쪽으로 옮기기로 했답니다. 금강을 끼고 있는 웅진이었어요.
불과 한 달 전쯤인 475년 음력 9월, 고구려 제20대 장수왕이 3만여 군사를 이끌고 백제를 침공했습니다. 고구려군은 백제의 도읍인 한성을 점령하고 당시 백제 왕이었던 개로왕을 사로잡아 죽였지요. 당시 태자였던 문주왕은 신라로부터 병사 1만명을 지원받아 백제로 돌아왔지만 개로왕은 죽고 난 후였고 한성은 쑥대밭이 돼있었어요.
이와 같이 고구려의 침략으로 백제가 도읍을 한성에서 웅진으로 옮겨 역사를 이어간 시대를 '웅진 시대'라고 해요. 온조가 백제를 건국한 후 한성을 도읍 삼아 고대국가로 발전했던 기원전 18년부터 475년까지를 '한성 시대'라고 하지요.
◇백제 때 이름은 '웅진성'
웅진은 한성에 비해 좁은 땅이었지만 주변이 강과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적의 침입을 막기에 유리했어요. 문주왕은 웅진에 새 궁궐을 짓고 이를 방어하기 위한 성을 쌓았는데 그 성이 바로 공산성입니다. 당시에는 '웅진성'이라 불렀지만 고려 시대 때부터 '공산성'으로 불렀다고 해요. 16세기 편찬된 조선 중기 인문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공산성을 "공주 북쪽 2리에 있는 큰 산으로, 산의 모습이 공(公)자 같이 생겨서 공산이라 이름 붙인 것이다"라고 기록하고 있지요.
공산성은 해발 110m의 금강변 야산 능선을 따라 쌓은 성벽입니다. 총길이는 2.2㎞, 동서 길이는 800m, 남북 길이 400m예요. 원래 백제 때는 흙을 다져 쌓은 토성(土城)이었는데 조선 시대 임진왜란 이후 돌로 다시 고쳐 쌓아서 지금 같은 석성(石城)이 되었다고 합니다.
◇백제 마지막 왕이 숨어들었던 공산성
웅진으로 도읍을 옮긴 후에도 나라 안팎에서 혼란이 이어지자 제24대 동성왕은 신라 귀족의 딸과 결혼함으로써 신라와 동맹 관계를 맺고 왕권을 강화했어요. 제25대 무령왕은 고구려를 격파하고 행정 체제를 정비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열었지요.
뒤를 이은 제26대 성왕은 나라의 힘을 더 키우기 위해 538년 또다시 도읍을 옮기기로 합니다. 웅진보다 더 넓은 지역인 사비(지금의 부여)를 도읍으로 정한 거죠. 이때부터 백제가 멸망한 660년까지의 기간을 '사비 시대'라고 불러요. 즉, 백제의 680년 가까운 역사에서 약 500년간은 한성 시대였고 63년간은 웅진 시대, 122년간은 사비 시대였던 셈이에요.
이후 우리 역사에서 공산성은 종종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이 벌어지는 무대가 됐답니다. 660년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나당 연합군)의 공격으로 사비성이 함락되자 백제의 마지막 왕이었던 의자왕은 공산성으로 숨었다가 5일 만에 발각돼 나당 연합군에 항복했지요. 통일신라 때인 822년에는 귀족 김헌창이 공산성을 거점 삼아 반란을 일으키기도 했어요. 1624년에는 조선 제16대 임금 인조가 반란을 피해 피신하기도 했습니다.
[공산성에 동물원이 있었다?]
고려 김부식이 편찬한 정사(正史) '삼국사기'에는 "동성왕 22년(500년) 궁궐 동쪽에 임류각을 세웠는데 높이가 다섯 장(丈·약 3.3m)이었다. 또 연못을 파고 진기한 금수(禽獸)를 길렀다"는 내용이 있어요. 동성왕이 총높이 15m가 넘는 높은 누각을 세우고 그 주변에 공원을 만든 뒤 보기 드문 동물들을 길렀다는 걸 짐작할 수 있어요.
지호진 어린이 역사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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