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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아들아 공부 좀 해라' 다산의 잔소리부터 청춘남녀의 설렘까지, 편지로 보는 조선

by 제이노엘 2020.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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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 이 책!] '아들아 공부 좀 해라' 다산의 잔소리부터 청춘남녀의 설렘까지, 편지로 보는 조선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

박영서 지음|들녘|332쪽|1만5000원

조선 후기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1762~1836)은 성리학뿐 아니라 경제학, 의학, 법의학, 지리학, 역사, 정치학을 모두 섭렵한 르네상스형 인간이었습니다. 이런 사람이라면 오직 나랏일에만 골몰했을 것 같지만 알고보면 다산은 유배 중에도 자식을 염려하고 관리하던 꼼꼼한 아버지였어요. 다산의 방대한 저술을 한데 모아 엮은 문집 '여유당전서'에는 그가 작은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너, 제발 좀 공부해라"랍니다. 폐족의 자식으로 살아갈 아들 걱정에 다산의 편지 내용은 직설적이고 신랄하기까지 합니다.

관직 생활로 가족과 오래 떨어져 지냈던 퇴계 이황(1501~1570)의 편지를 모은 '퇴계서집성'에는 과거 시험을 대충 준비하는 아들 이준에게 일침을 가하는 편지가 있습니다. "집안일을 핑계로 농땡이를 부리면 꼼짝없이 군대에 끌려간다"는 충고였지요. 그러면서 당시 정세와 과거 시험 유형까지 깨알같이 분석해서 동봉했답니다.

16세기 양반 곽주의 편지글을 모은 '현풍곽씨언간'에는 제사는커녕 굶주리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처절한 상황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한편 '선세언적'은 고령 박씨가에 시집온 종갓집 며느리가 쓴 한글 편지를 모은 책입니다. 큰살림을 맡은 여인의 애환이 눈물겹게 다가와요.

이 밖에도 이 책에는 시댁을 흉보는 아녀자의 편지, 뒤를 좀 봐 달라는 청탁 편지, 애인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연애편지 등 조선인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답니다.

 

김성신·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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