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 하늘하늘 가을꽃의 대명사… 해방 후 중앙아메리카서 날아온 '귀화식물'이래요
코스모스
"빨개졌대요/빨개졌대요/길가에 코스모스 얼굴~" (동요 '코스모스')
청명한 가을이면 들판이나 길가에 어김없이 분홍빛 꽃을 피워 바람에 몸을 이리저리 흔들고 있는 코스모스<사진>가 눈에 띄어요. 코스모스는 아무 데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한 꽃이지만, 흐드러지게 무더기로 피어나 마치 온 세상을 물들인 것처럼 만들어 준답니다.
코스모스는 일반적으로 9월 이후 만개하지만 이르게는 6월부터 늦게는 11월까지도 꽃을 피워요. 이런 코스모스가 가을꽃의 대명사가 된 건 봄부터 꽃을 피울 준비를 하는 다른 식물과 달리 기온이 25도 이상일 때는 싹을 내고, 절기상 6월 22일쯤인 하지(夏至)를 지나 낮의 길이가 본격적으로 짧아지기 시작하면 그제야 꽃눈을 내기 때문이지요.
사실 코스모스는 우리나라에 자리 잡은 지 75년 정도 된 '귀화식물'이면서 '탈출외래식물'이랍니다. 귀화식물은 외국의 자생지에서 인위적으로 우리나라로 옮겨져 여러 세대를 반복하면서 야생화가 된 식물을 가리켜요. 탈출외래식물은 빠르게 번식하고 널리 종자를 퍼뜨리는 특징 때문에 초기 도입된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탈출'해 뿌리를 내리는 식물을 말합니다.
중앙아메리카 멕시코가 원산지인 코스모스는 1945년 해방된 이후 우리나라에 도입됐다고 전해져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식물학자 우장춘(1898~1959) 박사가 길가에 코스모스를 심기를 권장했는데, 코스모스가 워낙 환경을 가리지 않고 잘 자라고 멀리까지 퍼지는 탓에 지금처럼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 되었답니다. 재미난 점은 코스모스는 한해살이풀이라 흐드러지게 꽃을 피워 존재감을 뽐내다가도 추운 겨울이 지난 다음 해에는 감쪽같이 모습을 감춰버리곤 한다는 것입니다. 간혹 홍수에 종자가 떠내려가면서 하천 하류 바닥에 큰 코스모스 무더기를 만들기도 해요.
코스모스 꽃은 손가락 길이만 해요. 꽃잎은 6~8개로 하얗거나 분홍색, 붉은색을 띠고 꽃잎 끝이 톱니 모양을 띠지요. 키는 대략 1~1.5m로 어른 허리 정도까지 오는데 작은 꽃이 커 보일 정도로 꽃대가 가늘어요. 바람이라도 불면 코스모스 무리가 동시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에 어떤 사람들은 '수줍음'을 떠올리기도 했고, 어떤 사람들은 '어울림'을 떠올리기도 했답니다.
그런데 최근 이상하게도 '코스모스 식물원'이라 이름 붙인 곳에서 노란색이나 주황색을 띤 꽃도 종종 볼 수 있어요. 바로 '노랑코스모스'와 '금계국'인데요. 두 식물 모두 코스모스와 다른 종류의 식물이랍니다. 하지만 세 종 모두 꽃 모양이 비슷해요. 노랑코스모스는 7~9월쯤 피고 키가 무릎 높이까지로 작은 편입니다. '금으로 만든 닭의 볏'이라는 뜻의 금계국은 노랑코스모스와 아주 비슷하지만 꽃이 피는 시기가 6월부터라 훨씬 이르고 꽃 크기가 손가락 한두 마디 정도로 작은 편입니다. 모두 코스모스처럼 귀화식물이지만 노랑코스모스는 열대 아메리카, 금계국은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예요.
최새미·식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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