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로 세상 읽기]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첫 정복… 생전에 지폐 주인공 된 '전설적 모험가'
뉴질랜드 5달러와 에드먼드 힐러리
뉴질랜드 5달러 화폐 앞면<사진>에는 에드먼드 힐러리(1919~2008)경이 그려져 있습니다. 1953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산 정상(8848m)을 최초로 오른 산악인이죠. 뉴질랜드 정부가 힐러리경을 5달러 지폐 인물로 선정한 건 1992년이었는데, 뉴질랜드 화폐 주인공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인물이었다고 해요.
1919년 뉴질랜드 오클랜드 남부 투아카우라는 작은 섬에서 태어난 힐러리경은 열여섯 살 때 오클랜드 부근 2797m의 루아페후산을 등정하면서 처음 산악인을 꿈꾸었어요. 이후 그는 1953년 영국의 에베레스트산 8차 원정 대원으로 선발됐습니다.
힐러리는 그해 5월 29일 네팔 셰르파족 텐징 노르가이와 함께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오르는 데 성공했습니다. 영국 식민지 출신 뉴질랜드인이긴 했지만 영국 원정대가 에베레스트를 정복했다는 사실에 크게 기뻐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힐러리에게 기사 작위를 내렸지요.
당시 산악계에서는 힐러리와 셰르파족 텐징 중 누가 에베레스트 정상을 먼저 밟았는지에 대해 다소 논란이 있었다고 해요.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찍은 사진 속에 텐징만 있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당시 텐징은 카메라를 쓸 줄 몰랐기 때문에 힐러리의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텐징은 훗날 인터뷰에서 "정상에 한발 늦게 도착한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면 나는 평생 그 부끄러움을 안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해요.
힐러리경은 이후 뉴질랜드 남극 횡단 원정대에서 활약하며 남극점에도 도달했고 인도 갠지스강 발원지 탐색에 참여해 훈장을 받았어요. 1985년부터 1989년까지 주인도 뉴질랜드 대사를 지내는 등 뉴질랜드에서 중책을 맡기도 했답니다. 당시 뉴질랜드 출신의 세계적 인물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뉴질랜드인들은 전 세계에 뉴질랜드의 이름을 떨친 힐러리에게 열광했어요.
이처럼 힐러리경이 크게 존경받는 건 자신에게 영광을 안겨준 셰르파족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1962년 히말라야 기금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해마다 히말라야 산지 셰르파족 마을을 찾아 학교와 병원을 세워주고 비행장 건설도 지원했다고 해요. 네팔 정부는 힐러리경이 사망하자 에베레스트산과 가장 가까운 루클라 공항 명칭을 '텐징 힐러리 공항'으로 바꾸었고요. 오늘날 힐러리경의 유해 중 일부는 유언에 따라 에베레스트 산기슭 '타메'라는 셰르파족 마을에 보관돼 있답니다.
5달러 화폐 뒷면에는 노란눈펭귄이 그려져 있어요. 얼굴과 눈이 모두 노란빛이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답니다. 원래는 뉴질랜드 남동부 해안에 많이 살았지만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멸종 위기에 처해 있어요.
배원준·세계화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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