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다, 이 책!] 요리조리 문장 쪼개고 분해하기… '읽는힘' 키워주는 기초운동이죠
문장 짓기
노정임 지음|아이들은자연이다|80쪽|1만2000원
쓰면 쓸수록 쌓이고, 말하면 말할수록 느는 것이 있답니다. 지으면 지을수록 좋아지고, 고치면 고칠수록 새것이 되기도 하지요. 바로 글이에요. 글은 닦을수록 윤이 나고 멋지게 변하는 마법의 그릇 같아요. 말은 소리에 실려 나가기도 하지만, 문자로 새겨져 글로도 만들어져요. 누구나 자기 생각을 대신할 말과 글을 잘 표현하고 싶겠지만 저절로 되지는 않아요.
우리말을 잘 쓰고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은 노정임 작가는 '문장 짓기'를 통해 문장이 무엇인지, 문장은 무엇으로 이뤄졌는지, 문장을 잘 쓰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려줘요. 그런데 작가는 왜 문장 쓰기, 문장 만들기라고 하지 않고 '문장 짓기'라고 했을까요? 밥을 짓고, 집을 짓고, 옷을 짓고, 이름을 짓는 것처럼 정성과 노력으로 탄생한 문장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네요.
문장에는 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이 녹아 있어요. 그런데 어떤 생각과 감정이 문장으로 탄생하려면 특별한 상상력이 필요해요. 글로 만들어진 상상력은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보이는 것처럼 생생히 떠오르게 하지요. 글을 읽고 있을 뿐인데 배꼽 빠질 것같이 웃기기도 하고 때로는 엉엉 울고 싶어질 때도 있어요. 그래서 문장이란 명료하고 구체적일수록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요.
이 책은 문장을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복잡한 문장을 둘로 나누려면 어떻게 하는지, 여러 문장이 모이면 무엇이 되는지, 알쏭달쏭한 문장부호는 무엇을 뜻하는지, 문장을 이루는 요소와 단위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꼼꼼하게 알려줍니다. 음운과 음절, 어절과 홑문장, 겹문장 같은 어려운 문법 용어도 알기 쉽게 설명해주죠. 이렇게 문장을 파헤치는 것은, 문장이나 단어를 쪼갤 줄 알아야 조립할 줄 알게 된다는 저자의 생각 때문이에요.
사실 초등 3학년쯤 되면 한글을 못 읽는 아이는 거의 없지요. 문제는 '문해력'입니다. 글자 읽기는 되는데, 문장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죠. 글자를 적게 쓴 책만 읽고, 동영상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습관이 굳어졌기 때문입니다. 낯선 단어를 읽어내지 못하면 지식을 확장할 수 없어요. 이 책을 통해 문장과 친해지고 나면, 훗날 문법이나 맞춤법 같은 어려운 과제를 만났을 때나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을 만났을 때 힘껏 뛰어넘을 힘이 될 거예요.
김성신 출판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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