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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53] '허투루'와 '허투로'

by 제이노엘 2020.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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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말 바른 말] [153] '허투루'와 '허투로'

다음은 최근 개봉한 영화에 출연한 배우 인터뷰에서 나온 말입니다. "나는 허투로 기자 간담회에 응하지 않았다. 기자들의 질문을 꼼꼼하게 되새긴 후 성실하게 답했다."

무엇이 잘못 쓴 말일까요? 위 문장에서 '허투로'는 '허투루'를 잘못 쓴 말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잘못 쓴 예를 수없이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이 틀려요. "그는 캐릭터 분석부터 사투리 연습까지 무엇 하나 허투루 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허투루 하지 않을 것이다" 같은 문장이 올바른 표현입니다.

▲   /그림=정서용

 

이는 많은 사람이 부사 '허투루'와 명사 '허투'를 구별하지 못하고 쓰기 때문 같아요. 먼저 '허투루'는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를 뜻하는 순우리말입니다. 예를 들면 '말을 허투루 듣다' '숙제를 그렇게 허투루 해서 되겠니?'와 같이 쓸 수 있어요. 비슷한 말로는 '함부로' '마구' 등이 있어요. 북한말로는 '허타이'라고 한다고 해요.

반면에 '허투(虛套)'는 '남을 속이기 위해 거짓으로 꾸미는 겉치레'를 뜻하는 한자어입니다. 예를 들어 '그는 마음에도 없는 허투의 웃음을 던지며 윗사람 비위를 맞추려고 하였다'고 쓸 수 있습니다. 간혹 '우리 집에서 최고로 값나가는 물건을 보여줄 테니까 허투로 보지 마소'처럼 '허투' 뒤에 조사 '로'를 붙여서 쓸 수도 있는데, 남을 속이기 위해 거짓으로 꾸미는 겉치레로 보지 말라는 뜻이랍니다.


〈예시〉


― 할아버지 앞에서는 말을 한마디도 허투루 할 수가 없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허투루 들어서는 절대 안 돼."

―그녀는 쌀 한 톨 동전 한 닢도 허투루 쓰지 않는 근검절약이 몸에 배 있었다.

―북한에서는 힘들이지 아니하고 허투루 생기는 돈을 '허튼돈'이라고 해요.

―한 정치인이 "제 삶과 양심을 돈과 바꿀 만큼 세상을 허투루 살아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 배우는 하루라도 허투루 보내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았다고 말했다.

―집에 오는 손님을 허투루 대접하지 않는 것이 우리 집안 전통이다.

 

 

류덕엽 서울 양진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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