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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선생님

[화폐로 세상 읽기] 사기꾼·도둑·집시를 그린 파격의 화가… 살인죄로 도피 중 39세에 숨졌죠

by 제이노엘 2020.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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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로 세상 읽기] 사기꾼·도둑·집시를 그린 파격의 화가… 살인죄로 도피 중 39세에 숨졌죠

 

이탈리아 10만리라와 카라바조

2002년 유로화 사용 후 발행되지 않는 이탈리아 10만리라(당시 약 6만2000원·사진)에는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1571 ~1610)와 그의 그림이 실려 있어요. 국내에선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유럽이나 미국에선 아주 유명한 화가입니다.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문화적 영웅으로 추앙받는다고 해요. 프랑스의 한 주택 다락방에서 발견된 카라바조의 그림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는 지난해 무려 1900억원 상당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어요. 베스트셀러 소설 다빈치코드의 첫 장에도 카라바조의 작품이 나와요.

▲   /세계화폐연구소

 

카라바조의 이름은 미켈란젤로 메리시이지만, 그가 태어난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이름을 따 카라바조라고 불렸어요. 카라바조는 1571년 이탈리아 베르가모 근교에서 태어났어요. 카라바조는 여섯 살 때 흑사병으로 아버지를 잃고 열세 살에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 고아가 돼요. 고아가 된 그는 당시 밀라노의 유명한 화가 시모네 페테르차노 밑에서 그림을 배우게 돼요.

카라바조는 재능이 뛰어났지만 가난했기 때문에 자신의 독창적인 작품보다는 주로 당시 유행하던 라파엘로나 미켈란젤로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모사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카라바조의 작품을 본 프란체스코 마리아 델 몬테 추기경이 재능을 알아봤고 카라바조를 후원하기로 했대요.

화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카라바조는 종교화를 그리면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어요. '십자가에 못 박힌 성 베드로' '예수 그리스도의 매장'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 등 작품을 남겼어요. 1600~1750년에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발전한 미술 양식을 바로크 미술이라고 하는데, 카라바조가 바로크 미술의 개척자로 평가받기도 해요.

10만리라 화폐 앞면에는 카라바조의 '여자 점쟁이'라는 작품이 그려져 있어요. 이 그림은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돼 있어요. 집시 여자가 젊은 병사의 손금을 봐주면서 병사의 손가락의 반지를 빼고 있는 그림이에요. 당시 서민들의 일상을 그리는 그림은 흔하지 않았어요. 카라바조는 서민들의 생활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했어요. 일반적으로 화가들이 표현하지 않았던 사기꾼·도둑·집시 등이 그림으로 등장했죠.

그는 격정적인 삶을 살았던 것으로도 유명해요. 로마의 뒷골목에서 싸움을 벌였고 폭행 등으로 7번 이상 투옥됐어요. 1606년에는 살인을 저질러 죽기 전까지 도피 생활을 했어요. 도피하면서도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귀족들에게 자신을 숨겨주는 대가로 그림을 그려줬다고 해요. 이 시기에 남긴 유명한 작품이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입니다. 이 작품은 교황에게 사면을 청하기 위해 바치려고 그렸대요. 속죄의 의미로 자신의 순수했던 모습을 소년 다윗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타락한 모습은 골리앗으로 표현했어요. 카라바조는 이 그림을 교황에게 전하기 위해 로마로 향하다 말라리아에 걸려 1610년 39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어요.

배원준·세계화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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