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로 세상 읽기] 최고액권에는 초대 국왕의 얼굴… 나머지 지폐에는 현 국왕 싣고 있어요
사우디아라비아 리얄화
왕정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5종류(5/10/50/100/500리얄)의 지폐를 발행합니다. 최고액권(500리얄)의 주인공은 언제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 국왕 압둘아지즈 알사우드예요. 그러나 나머지 4종류의 지폐는 새 국왕이 즉위하면 주인공도 변경한답니다. 2016년부터는 제7대 국왕이자 현 국왕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가 등장해요.
1935년생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은 1926년 아라비아의 통일국가 네지드 헤자즈 왕국을 건설하고 국명을 사우디아라비아로 바꾼 초대 국왕의 25째 아들입니다.
25째 아들이 왕위를 계승할 수 있었던 건 사우디아라비아가 형제 상속으로 왕위를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초대 국왕이 형제 중 연장자 순으로 왕위 계승을 하도록 결정한 거죠. 그래서 제2대 국왕부터 6대 국왕까지는 모두 초대 국왕의 아들이랍니다. 사우디의 왕위 계승 후보 1순위도 '왕세자(子)'가 아니라 '왕세제(弟)'라고 불렀어요.
그런데 이렇게 하다 보니 국왕의 즉위 연령이 계속 고령화되었습니다. 살만 국왕도 2015년 즉위 당시 나이가 80세였고 지금은 85세예요. 살만 국왕의 남동생들도 나이가 매우 많지요. 그래서 2017년 살만 국왕은 종전의 관례를 깨고 자신의 아들인 모하메드 빈 살만을 '왕세자'로 임명했어요. 초대 국왕 이후 사상 첫 부자 상속이었답니다.
사우디는 국왕이 입법·사법·행정의 3권을 모두 행사하고 종교의 수장까지 겸하는 강력한 전제 군주 국가예요. 하지만 살만 국왕이 즉위한 뒤로 상당한 변화가 있었답니다.
예컨대 그동안 사우디에선 이슬람 율법(샤리아법)에 따라 식당이나 카페에 출입할 때 여성들만 사용할 수 있는 출입구가 따로 있고 안에서도 가족이 아닌 남녀는 자리에 함께 앉을 수 없었어요. 그러나 2019년 사우디 지방행정부가 "주요 공공 장소에서 남녀의 자리와 입구를 분리하도록 한 규정을 폐지한다"고 발표하면서 남녀가 동석하더라도 처벌을 받지 않게 됐습니다.
여성이 결혼이나 이혼, 여행, 취업 등 주요한 법적 행위를 할 때 보호자 자격의 남성 가족, 마흐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마흐람 제도'도 일부 폐지했어요. 살만 국왕은 칙령으로 여성도 자유롭게 여권 신청이나 해외 여행 등을 등을 할 수 있게 했어요. 여성의 선거권과 피선거권도 2015년 처음 허용되었고, 2018년 여성들의 자동차 운전도 허용됐어요.
5리얄(약 1600원) 지폐 앞면에는 룹알할리 사막의 샤이바 유전(油田)이 그려져 있습니다. 룹알할리 사막은 아라비아 반도 남부에 펼쳐진 거대한 사막으로 사하라 사막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넓은 사막이에요. 샤이바 유전은 매장량이 140억 배럴에 달하고 하루 75만 배럴을 생산하는데, 한여름에도 섭씨 55도 넘게 오르는 뜨거운 지역이라 1990년 뒤늦게 개발됐답니다.
배원준·세계화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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