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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선생님

[IT 따라잡기] '7나노 반도체' 회로 그리는 첨단설비… 네덜란드만 만든대요

by 제이노엘 2020.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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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따라잡기] '7나노 반도체' 회로 그리는 첨단설비… 네덜란드만 만든대요

 

극자외선 장비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럽 출장길에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회사인 'ASML'을 방문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어요.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인 삼성이 유럽의 작은 나라인 네덜란드에, 그것도 회사 이름도 익숙하지 않은 생소한 기업을 들렀단 사실 때문에 '네덜란드 ASML이 무슨 회사냐'는 궁금증이 일었지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인근에 있는 ASML은 극자외선 노광장비(Extreme Ultra Violet Exposure Machine) 제조 분야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회사입니다. 극자외선이 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필수 기술로 떠오르면서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 등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의 러브콜을 받고 있어요.

◇빛을 쪼여서 회로 그리는 반도체

반도체는 전기가 흐르는 회로 하나하나를 아주 가는 선으로 그려내서 만들어요. 보통 특수 소재로 만든 둥근 '웨이퍼' 판 위에 강력한 자외선을 쪼여서 미세한 회로를 그린답니다.

▲   /일러스트=김영석

 

그런데 반도체는 회로가 가늘수록 성능이나 용량이 좋아집니다. 회로를 가늘게 그리면 똑같은 반도체에 더 많은 회로를 그려 넣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공책에 글씨를 작게 쓰면 그만큼 더 많은 글자, 더 많은 내용을 써넣을 수 있는 것과 비슷하죠.

과거 반도체 회로 굵기는 마이크로미터(0.001mm) 단위였어요. 이때는 '불화크립톤(KrF)'으로 만든 자외선을 이용했어요. 하지만 반도체 기술이 발전하면서 회로를 아주 미세하게 그려내는 기술이 필요해졌어요. 이를 '미세공정'이라 해요. 회로 굵기가 나노미터(nm=0.000001mm) 단위로 진입한 거예요. 이렇게 되자 반도체 업계는 불화크립톤 대신 파장이 더 짧은'불화아르곤(ArF)'을 사용한 자외선으로 더 세밀한 회로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외선으로 가느다란 회로 만들어

하지만 반도체 미세공정이 40나노미터 단계에 접어들자 업계는 더 이상 기존 방식대로 원하는 두께를 만들어낼 수 없게 됐어요. 그러던 중 2000년대 중반 '더블 패터닝'이라는 기술이 등장했어요. 한 번에 가느다란 회로 두 줄을 그려내는 방식입니다. 그 뒤 20나노미터 수준에 진입하자 더블 패터닝을 2번 시행하는 '쿼드러플(4배) 패터닝'을 만들어냈어요. 그렇지만 10나노미터대에 진입하자 이마저도 어려워졌어요. 회로를 10나노미터 수준으로 가늘게 그리려면 엄청나게 파장이 짧은 빛을 쏘아야 했거든요.

◇극자외선(EUV) 기술 등장

그래서 등장한 것이 '극자외선(EUV· Extreme Ultra Violet)'입니다. 극자외선은 자외선과 X선 중간 영역에 있는 전자기파인데, 파장이 불화아르곤의 14분의 1 수준인 13.5나노미터로 아주 짧아서 더 얇은 회로를 그려낼 수 있어요. 다만 이 극자외선은 공기에 쉽게 흡수되는 등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철저한 진공 상태에서 작업을 해야 합니다.

◇ASML이 시장 독식

전 세계에서 EUV 장비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ASML 한 곳뿐입니다. ASML은 1984년 네덜란드 전자제품 기업 '필립스'와 반도체 제조 기업 ASMI가 합작해서 세운 기업이에요. EUV 장비 세계시장 점유율이 100%입니다. 지난해 매출은 118억2000만유로(약 15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세계 반도체 생산 선두를 달리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는 7나노미터 반도체를 넘어 5나노미터 반도체 개발을 향해 경쟁하고 있어요. 그러나 10나노미터 이하 반도체를 만드는 경우 현재로선 극자외선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해요.

하지만, 극자외선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것은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그동안 ASML과 경쟁하던 캐논, 니콘 등 일본의 반도체 광학 장비 기업들도 EUV 노광 장비를 만들지 못했어요.

이 장비는 대당 가격이 보통 2000억원을 넘어갑니다. ASML이 연간 30여대 정도를 생산하는데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해요. 특히 반도체 위탁 생산 1위인 대만 TSMC가 ASML 장비를 엄청나게 사들이고 있어요. 삼성전자도 작년에 이 EUV 노광 장비 12대를 산 것으로 알려졌어요. 구매 비용이 2조원에 육박합니다.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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