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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선생님

[김주영의 클래식 따라잡기] 법학도 출신 낭만파 대가… "유령이 내게 멜로디 불러줬다"

by 제이노엘 2020.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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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의 클래식 따라잡기] 법학도 출신 낭만파 대가… "유령이 내게 멜로디 불러줬다"

 

슈만

올해는 독일 출신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1810~1856) 탄생 2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요즘 그의 음악을 조명하는 연주회도 열리고 있죠. 슈만은 짙은 문학적 감수성으로 작품 활동을 했던 '독일 낭만파 음악의 대명사'랍니다.

◇감수성이 풍부했던 법학도

슈만은 1810년 6월 독일 츠비카우에서 태어났습니다. 출판업에 종사하는 저술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문학적 재능이 탁월했던 슈만은 어려서부터 시인이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부모님의 권유로 라이프치히대와 하이델베르크대에서 법학을 공부했지요.

▲   대표적인 독일 낭만파 작곡가인 로베르트 슈만과 그의 아내이자 유명 피아니스트인 클라라의 모습이에요. /위키피디아

 

음악가가 되려는 결심을 굳힌 것은 프랑크푸르트에서 접한 이탈리아의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 니콜로 파가니니의 뛰어난 연주를 본 이후였습니다. 슈만은 당대 최고의 음악 교사였던 프리드리히 비크 교수의 문하로 들어가 음악 공부를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피아니스트를 지망했지만 1832년 무리한 연습으로 손가락 부상을 입은 후로 작곡에 정열을 바치게 됐죠.

음악만큼이나 글솜씨도 뛰어났던 슈만은 1833년 '음악신보'라는 잡지를 창간해 대선배들을 비롯해 동시대 음악가인 멘델스존, 쇼팽, 리스트 등의 작품과 연주에 대한 비평 활동을 펼쳤습니다. 그의 글 속에는 흥미로운 가상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요. 열정적인 플로레스탄, 차분한 오이제비우스, 두 사람의 중재자 라로 선생 등이 그들입니다. 이들은 마치 소설 속 등장인물들처럼 자신이 보고 들은 음악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들을 논쟁하듯 펼쳐 놓아요.

슈만은 자신의 작품 속에도 이 캐릭터들을 집어넣었습니다. 1837년 발표한 '다윗동맹무곡집' 작품 6은 각 곡의 마지막에 플로레스탄과 오이제비우스의 이름이 붙어있어요. 격한 감정에 휩싸여 움직이는 곡은 플로레스탄이고, 반대로 내성적이고 서정적인 악상의 작품은 오이제비우스죠.

어린이들의 티 없이 맑은 모습과 동심을 그린 '어린이 정경' 작품 15는 슈만의 작품 중 널리 사랑받는 걸작입니다. 모두 13곡으로 되어 있는 이 모음곡 속에는 장난치는 아이, 화나서 투정 부리는 아이 등이 묘사돼요. 가장 유명한 곡은 일곱째 곡인 '트로이메라이'인데, 얼마 전 TV 드라마 속에 삽입돼 화제가 됐어요.

◇14살이던 소녀 클라라와 사랑에 빠져

슈만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아내 클라라(1819~1896)입니다. 슈만의 스승 프리드리히 비크의 딸이었던 클라라는 어렸을 때부터 재능이 대단한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날렸는데요. 14세 소녀이던 1833년부터 아홉 살 연상인 슈만과 사랑에 빠졌지요. 결혼을 반대하는 스승 비크와의 법정 투쟁 끝에 1840년 결혼에 이르렀는데, 특히 이해에 슈만은 130곡이 넘는 많은 가곡을 만들었답니다.

문학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만들고 마치 음악으로 만든 시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슈만 가곡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어요. 클라라는 결혼 후 바흐와 베토벤 등 선배들의 작품을 공부하라고 권유했고, 그 덕분에 슈만은 교향곡과 실내악 등 여러 분야에 다양한 걸작들을 탄생시킬 수 있었지요.

안타깝게도 두 사람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20대부터 나타나던 슈만의 정신병이 심해졌거든요. 1854년 2월 17일, 그는 "유령이 자신에게 멜로디를 불러주었다"며 피아노를 위한 변주곡을 짓기 시작했는데요. 일명 '유령 변주곡'이라 불리는 이 곡을 마지막으로 2월 27일 슈만은 라인강에 스스로 몸을 던졌답니다. 가까스로 구조되었지만 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간 슈만은 2년간 투병 끝에 1856년 7월 세상을 떠났어요.

그의 음악이 오늘날까지 널리 사랑받게 된 건 아내 클라라, 슈만의 후계자로 인정받는 작곡가 요하네스 브람스,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요제프 요아힘 등 가족과 동료들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슈만의 음악은 들으면 들을수록 새로운 궁금증이 생겨나는 신비스러움을 품고 있어요. 아마도 그가 음표와 글로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너무 많아서였을지 몰라요.



김주영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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