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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선생님

[세상을 바꾼 물건] 1931년 헝가리 출신 유대인 형제가 발명… 신문기자 형과 화학자 동생의 합작품이었어요

by 제이노엘 2020.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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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물건] 1931년 헝가리 출신 유대인 형제가 발명… 신문기자 형과 화학자 동생의 합작품이었어요

 

볼펜

볼펜을 많이 쓰는 직업인들은 잉크 소모량이 많아서 책상 한편에 볼펜 심을 무더기로 쌓아놓고 필요할 때마다 갈아끼우곤 해요. 이처럼 심만 갈아끼우면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글을 쓸 수 있는 편리한 도구인 볼펜은 언제 어떻게 발명되었을까요?

볼펜 발명 이전에 고대·중세 유럽에서 주로 쓰던 필기도구는 깃펜이었습니다. 거위나 꿩 등 깃대 속이 텅 비어 있는 새의 깃털을 이용해 펜으로 사용했던 것이죠. 하지만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금속으로 된 펜촉을 이용해 잉크를 찍어 쓰는 딥펜이나 펜대에 잉크를 채워서 쓰는 만년필이 대량 양산됐어요.

▲   1945년 라슬로 비로 형제가 발명한 볼펜 광고예요. /위키피디아

만년필은 편리했지만 나무나 가죽 등 표면이 거친 재질에는 잘 써지지 않고 종이가 자주 찢기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했던 영국의 가죽 가공업자 존 라우드는 1888년 강철로 만든 구슬을 강철 소켓으로 감싸는 방식의 새로운 펜을 개발했습니다. 볼펜의 시초라고도 볼 수 있는 이 펜의 개발로 인해 거친 표면 위에도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죠. 하지만 글씨를 쓸 때 잉크가 새는 현상도 있었고 다소 사용감이 거친 면이 있어 상용화되지 못했어요.

이후 편리한 볼펜 개발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제대로 된 펜의 개발은 의외로 어려웠어요. 볼이 너무 뻑뻑하면 글이 잘 써지지 않았고, 볼이 너무 느슨하면 잉크가 새는 문제가 발생했죠. 또 잉크 역시 너무 묽거나 걸쭉하면 잉크가 새거나 아예 나오지 않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유대계 헝가리인인 라슬로 비로, 죄르지 비로 형제였답니다. 신문기자이면서 발명가였던 형 라슬로는 잉크가 안에서 굳지 않으면서도 볼에 적당히 묻어 나오는 '볼 베어링 시스템'을 개발했어요. 화학자인 동생 죄르지는 너무 쉽게 새지도 않고 너무 뻑뻑해서 막히지도 않는 적당한 점성을 지니는 잉크를 개발했죠.

두 형제는 이렇게 개발한 볼펜을 1931년 박람회에 출품했고, 이어 1938년 영국에 특허를 출원하였습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반유대주의가 전 유럽으로 확산되자 아르헨티나로 이주했지요. 이후 1943년 아르헨티나에 새로운 볼펜 특허를 출원하였어요. 형제가 발명한 볼펜을 바탕으로 1950년 영국의 플래티그넘사에서 흔히 '똑딱이'라고 불리는 클릭형 볼펜을 개발했습니다. 이 볼펜은 뚜껑을 닫지 않아도 된다는 점 때문에 큰 인기를 끌었지요.

우리나라에는 1960년대부터 볼펜이 대중화되기 시작했어요. 1963년 광신화학에서 검은색과 흰색으로 디자인된 '모나미 153' 볼펜을 출시했죠. 이 볼펜은 단순한 사용감과 저렴한 가격 덕분에 널리 퍼지게 되었는데요. 어찌나 모나미 볼펜이 잘 팔렸는지 광신화학은 1974년 회사 이름마저 모나미로 바꾸었어요. 지난 40년 동안 30억 자루가 넘는 볼펜이 팔렸답니다.

중국에선 2017년에야 볼펜 심 개발에 성공했어요. 한 해 400억개의 볼펜을 만들면서도 핵심 기술인 스테인리스강 볼펜 심을 만들지 못하고 수입했기 때문인데요. 리커창 총리가 볼펜 하나 제대로 못 만드느냐며 질책하자 집요한 노력 끝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김현철·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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