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세계사] "노예 해방" 링컨 당선에 불복한 11州 연방 탈퇴… 4년간 내전
미국 남북전쟁
지난 3일 있었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재 여러 주에서 대선 불복 소송을 진행하고 있지요. 지난 14일에는 백악관 근처에서 대선 불복을 지지하는 시위자들과 승복을 요구하는 시위자들이 충돌하기도 했는데요. 미국에선 양측의 충돌이 커질까 우려하고 있어요. 실제 미국에서 대선 불복이 내전으로 이어진 사례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때입니다. 1860년 링컨 대통령이 당선되자, 남부의 7주(사우스캐롤라이나, 미시시피, 플로리다, 앨라배마, 조지아, 루이지애나, 텍사스)는 미합중국 연방에서 탈퇴해요. 후에 아칸소 등 4주도 독립을 선언하고 남부에 합류하죠. 미국이 둘로 갈라진 겁니다.
◇노예제를 둘러싼 갈등
미국은 각 주(州)의 주권을 인정하는 연방제 공화국입니다. 중앙정부인 연방정부와 주 내에서 자치권을 가진 주 정부가 공존해요. 미국은 1783년 영국에서 독립하고 공업 국가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북부와 남부 주들 사이의 사회 경제 구조 격차가 커졌어요. 북부는 자본가들이 상공업을 발달시켰지만, 남부의 대농장주들은 담배와 목화를 재배하기 위해 흑인 노예 노동력에 의존했지요. 북부는 공산품의 안정적인 판매를 위해 강력한 연방정부가 보호무역 정책을 실시하길 바랐어요. 반면에 남부는 영국으로의 목화 수출에 차질이 생길까 봐 연방정부가 간섭하지 않는 자유무역과 지방분권을 주장했죠.
18세기 말 펜실베이니아주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노예 해방법'을 제정했어요. 이후 노예제를 폐지한 북부와 노예제를 유지하는 남부가 자유주와 노예주로 나뉘어 대립하기 시작했죠. 1820년 미국은 자유주와 노예주가 각각 11개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어요. 이때 새롭게 주로 편입할 미주리주를 놓고 세력 균형이 깨어질 형편이었어요. 남부와 북부는 '미주리 협정'을 맺어요. 미주리주를 노예주로 정하는 대신 매사추세츠주에서 현재의 메인주를 분리시켜 자유주로 만들었습니다. 이후 새로 주가 편입될 때는 북위 36°30′를 기준으로 이남은 노예주, 이북은 자유주로 정하기로 했어요.
◇공화당의 탄생
그런데 1854년 '캔자스-네브래스카 법'이 통과되면서 남·북부의 대립이 다시 격화됩니다. 인구가 늘어난 미주리, 아이오와 서부 지역을 네브래스카, 캔자스로 분리하는데, 두 주의 노예제 실시는 주민 투표로 결정한다는 법이었어요. 미주리 협정을 무력화하는 내용이었죠. 주민 투표에서 이기기 위해 노예제 찬성파와 반대파가 각각 캔자스로 이주해왔고 1856년 5월엔 유혈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그해에만 200명 이상 주민이 희생돼 '피 흘리는 캔자스'라고 불립니다.
캔자스-네브래스카 법은 공화당 탄생에 영향을 줬습니다. 이 법에 반대하는 자유토지당과 휘그당의 북부 상공업자, 서부 농민·노동자들이 연합해 노예제 폐지를 전면에 내세운 공화당을 만들었죠. 공화당은 1860년 5월 전당대회에서 변호사이자 일리노이주 하원의원 출신인 링컨을 대통령 후보로 뽑았어요.
링컨은 적극적으로 노예제 폐지를 주장했기 때문에 북부에서 지지율이 높았어요. 남부 출신 민주당원들이 지지했던 브레킨리지는 남부에서 표를 많이 얻었지만. 결국 링컨이 선거인단 303표 중 180표를 얻으면서 공화당 출신 첫 번째 대통령이 됐습니다.
◇남북전쟁 발발
링컨이 취임식에 오르기도 전인 1860년 12월 남부의 사우스캐롤라이나는 선거 결과에 불복하고 연방에서 탈퇴를 선언했어요. 링컨이 대통령이 됐으니 노예제 폐지를 위해 본격적으로 연방 권력을 사용할 거라 예상했던 것이죠. 1861년 2월 6주가 추가로 탈퇴하고 남부의 7주는 '아메리카 연합국(Confederate States of America)'을 수립하고 제퍼슨 데이비스를 대통령으로 선출해요. 남부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 항의 섬터 요새 포격을 시작으로 전쟁을 일으킵니다. 이후 4월에 테네시, 아칸소 등의 4주도 남부에 합류했습니다. 총 11주가 미합중국에서 이탈한 거예요.
북부는 23주에 인구도 남부의 2.5배 정도였고 군수 공업과 해군력에서 남부보다 우위에 있었어요. 또 링컨이 1863년 1월 1일 노예 해방을 선포함으로써 국제 여론과 전세도 북부 쪽으로 기울었지요. 결국 4년 만인 1865년 4월 남부가 항복하면서 남북전쟁은 막을 내렸습니다. 이후 노예제 폐지가 미국 전체로 확대되었지만, 항복 직후 남부의 극단주의자 존 윌크스 부스에게 링컨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어요. 또한 남북전쟁은 미국 역사에서 군인 240만명 중 약 62만명이 사망한 비극으로 남았어요.
윤서원·서울 단대부고 역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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