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 잘 가꿔진 숲은 시간당 400㎜ 집중호우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대요
녹색댐
기나긴 장마가 끝났어요. 올해는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빈번히 일어나 피해가 컸죠. 특히 산이나 하천 근처에서 사는 사람들은 산사태나 홍수 때문에 인명이나 재산 피해를 입기도 했어요. 이처럼 홍수나 산사태가 생길 때면 많은 전문가가 '숲을 조성하고 잘 가꿔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숲 가꾸기가 홍수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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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마치 댐처럼 많은 비를 흡수해 땅에 저장했다가 지하수로 서서히 흘려 보내는데요. 이걸 가리켜 '녹색댐'이라고 해요. 숲이 '녹색댐'의 역할을 하면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물이 흘러 넘치거나 토양이 쓸려내리지 않아요. 이는 땅 아래로 단단하고 길게 뻗어 토양의 이동을 막아주는 나무 뿌리의 '말뚝 효과'때문입니다. 또 수평으로 그물망같이 촘촘하고 얇은 뿌리를 뻗어서 토양이 쉽게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그물 효과'도 있죠. 이렇게 나무뿌리가 토양 사이사이로 뻗어나가 부피를 키우면 토양 입자 사이사이가 더 벌어지고, 뿌리가 단단한 암석 사이에도 자리 잡아 암석을 깨부수고 빈틈을 계속 만든답니다.
바로 이렇게 만들어진 빈틈 덕분에 숲속 토양의 빗물 저장 능력이 뛰어난 거예요. 비가 오면 우선 빗물은 토양 사이사이 스며들어 지하수가 돼요. 그런데 짧은 기간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지하수가 지표면까지 차오르면 물이 산을 타고 흘러내려 하천으로 유입됩니다. 만약 토양이 없으면 빗물은 땅속에 스며들지 못하고 곧바로 하천으로 유입돼 강물이 더 빠르게 불어날 거예요. 그래서 토양은 빗물이 한꺼번에 하천으로 흘러가는 걸 막아주는 안전판인 셈입니다.
이런 토양과 토양 사이의 틈을 '공극(孔隙)'이라고 하는데요. 빈틈이 많은 토양은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한꺼번에 많은 물을 흡수한 뒤 조금씩 흘려보내죠. 반대로 빈틈이 적으면 물이 토양 속으로 들어갈 수 없고 밖으로 바로 흘러 하천으로 유출됩니다. 콘크리트나 시멘트의 공극률은 30% 이내인 데 반해, 산림 토양의 공극률은 40~60%에 이르러 숲이 홍수를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요.
나무의 호흡도 토양 속 빈틈을 늘립니다. 나무는 토양 속 산소를 흡수해 호흡하며 에너지를 얻어요. 뿌리 근처에 사는 박테리아나 곰팡이, 지렁이에게 먹이를 제공하고, 이 작은 생물들이 토양 속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며 빈틈을 크게 만들어요. 또 미생물들이 호흡하는 과정에서 바깥 공기 중 산소가 토양 속으로 들어와 빈틈이 더 커지게 되죠.
그래서 숲속 토양은 단단한 도심 바닥보다 20배 이상 빗물을 저장하는 능력이 뛰어나답니다. 잘 가꾸어진 '녹색댐'이라면 한 시간에 400㎜ 이상의 집중호우가 와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고 해요. 또 우리나라 연간 강우량 1267억t의 65%에 달하는 823억t이 산림 토양에 내려 처리된다고 하니 정말 놀랍죠?
최새미 식물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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