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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위탁 가정 전전하던 소녀… 그림만이 유일한 친구였죠

by 제이노엘 2020.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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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 이 책!] 위탁 가정 전전하던 소녀… 그림만이 유일한 친구였죠

 

마음을 그리는 아이|패트리샤 레일리 기프 지음|원지인 옮김|보물창고|216쪽|1만3800원

▲   /보물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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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홀리스 우즈라는 이름의 여자 아이가 있습니다. 홀리스는 한 살 때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았어요. 따뜻한 담요 한 장 없이 지저분한 골목에 홀로 남았죠. '홀리스 우즈'란 이름도 아이가 버려진 지역의 이름을 딴 거예요.

열두 살이 되었지만 홀리스는 함께할 가족을 찾지 못해 이리저리 위탁 가정을 전전했어요. 한 번도 엄마, 아빠라는 그 흔한 말을 입에 담지 못했어요. 홀리스는 좋은 부모, 행복한 가정, 멋진 장래를 꿈꾸지 않았습니다. 다만 자신과 오랫동안 지낼 수 있는 가족을 원했지요. 하지만 이 작고 평범한 소원조차 쉽게 이룰 수 없는 꿈에 불과했어요. 언제든 자신이 외면받고 버림받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소녀의 마음은 얼음처럼 굳어져갔어요.

홀리스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친구는 그림이었어요. 그림을 그리는 동안 어두운 상처와 슬픔은 사라지곤 했답니다. 어느 날 홀리스의 재능을 알아보고 아픈 상처를 보듬어주는 리건 가족과 조시 아줌마가 나타났어요. 그들은 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가족처럼 친근하고 따뜻했어요. 이상한 편견도, 지나친 배려도, 심각한 오해도 하지 않는 '진짜 가족'처럼 느껴졌지요.

하지만 이상한 일이에요. 그토록 바랐던 가족이 생겼는데 홀리스에게 더 큰 두려움이 찾아온 거예요. 자신이 다시 버려질 수 있다는 생각과 지금의 행복은 계속될 수 없을 거란 공포가 밀려왔지요. '도망쳐야 해!' '여긴 내 자리가 아니야!' 반복된 마음의 상처로 홀리스는 진정한 사랑 앞에서도 흔들리고 방황하지요.

'마음을 그리는 아이'는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뉴베리상을 두 번이나 받은 미국 작가 퍼트리샤 라일리 기프의 아름답고 가슴 아픈 소설입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홀리스의 그림 14장은 모두 평범하지만 위대한 '가족'이란 울타리의 소중함을 담고 있어요. 바삭한 시리얼을 굽는 조시 아줌마, 장난기가 가득한 친구 스티븐, 자상한 이지 아줌마의 모습을 그리며 홀리스는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이란 어떤 것인지 그려내요.

그렇다면 홀리스는 그림이 아닌 진짜 세계에서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요? 한 식탁에 오손도손 둘러앉아 밥을 나눠 먹는다는 데서 비롯된 말 '식구(食口)'. 이 소박한 단어가 오늘날 어느 누군가에게는 이루기 어려운 꿈일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책이랍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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