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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선생님

[무대 위 인문학] 영국·아일랜드 민속춤서 유래… 20세기 초엔 탱고에 맞춰 춤췄죠

by 제이노엘 2020.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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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인문학] 영국·아일랜드 민속춤서 유래… 20세기 초엔 탱고에 맞춰 춤췄죠

탭댄스

딱딱 따다닥! 딱딱 따다닥! 경쾌하게 바닥을 치며 튀어 올라요. 배우들의 움직임에 따라 짧은 원피스 치맛자락이 금빛으로 반짝입니다. 아름다운 여배우들이 계단 위에서 일사불란하게 발 구르는 소리가 공연장 가득 울려요.

바로 탭댄스 하면 떠오르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유명한 하이라이트 장면입니다. 오늘은 밑창에 탭(tap)이라는 쇠붙이(징)를 붙인 구두를 신고 리듬감 있게 무대를 치면서 소리를 내는 춤인 탭댄스와 그 매력을 한껏 살린 뮤지컬에 대해서 알아볼게요.

아일랜드와 영국서 유래한 춤

탭댄스는 아일랜드의 지그 댄스(jig dance)와 영국의 랭커셔주 지방의 클로그 댄스(clog dance)에서 유래했어요. 두 민속춤은 모두 딱딱한 신발 바닥과 앞굽, 뒷굽 등으로 마룻바닥을 빠르게 구르며 타악기 같은 소리를 내는 춤이죠. 이들 춤이 미국에 전해진 뒤 19세기 중반 흑인들의 춤과 뒤섞여 탄생했지요. 이렇게 만들어진 탭댄스는 19세기 말 주로 흑인 연예인들이 출연하던 버라이어티쇼 '보드빌'에서 노래·코미디와 함께 어우러진 형태로 처음 선보였고, 1920년대쯤 독립적인 댄스 장르로 갈라져 나왔답니다.

▲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성공담을 그린 '브로드웨이 42번가'의 화려한 탭댄스 군무 장면이에요. 일사불란하게 춤을 추며 신발 굽으로 바닥을 쳐 타악기 같은 소리를 내는 탭댄스는 쇼 뮤지컬의 재미를 더해준답니다. /샘컴퍼니

 

초창기 탭댄스는 주로 남녀가 짝을 이뤄 탱고 음악에 맞춰 춤을 췄는데요. 점차 리듬이 다양해지면서 발레 기교까지 더해졌어요. 같은 형식의 춤이지만 밑창에 탭을 박지 않은 구두를 신고 추는 춤은 '소프트슈(soft shoe) 댄스'라고 불러요.

우리나라에 탭댄스가 소개된 건 1940년대 전후로 추정됩니다. 당시 한국 최고의 탭댄서로 손꼽히던 김음률은 지방 순회 악극단 공연에서 수준 높은 탭댄스를 선보이며 전국에 탭댄스를 알렸어요. 그리고 1954년 개봉한 미국 뮤지컬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는 전 세계적으로 탭댄스의 위상을 한껏 높였지요. 영화 속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을 집에 바래다준 뒤 비가 쏟아지는 거리에서 우산을 접고 비를 흠뻑 맞은 채 행복에 겨운 탭댄스를 추는 장면은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명장면으로 꼽혀요.

뮤지컬을 극적으로 만드는 탭댄스

춤과 음악이 주인공인 뮤지컬 무대에서 탭댄스는 일사불란한 군무(群舞)와 특유의 '딱딱'거리는 소리로 공연의 분위기를 역동적으로 만듭니다. 보통 뮤지컬은 '스토리' 중심의 뮤지컬과 음악과 춤이 주가 되는 '쇼' 중심의 뮤지컬로 나눌 수 있는데요. 쇼 뮤지컬에서 탭댄스는 주인공이 자기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하거나 무대를 화려하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요.

스티븐 돌드리 감독의 영화(2000년)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빌리 엘리엇'이 대표적인데요. 이 뮤지컬은 1980년대 탄광촌 출신 소년이 세상의 편견에 맞서 발레리노의 꿈에 도전한다는 내용이 줄거리예요. 극 중 아버지의 반대로 발레 오디션에 참가하지 못하게 된 주인공 빌리가 격정적으로 발을 구르며 추는 '앵그리 댄스(Angry dance)'는 극의 백미죠. '빌리 엘리엇'은 2005년 영국 웨스트엔드(극장 밀집 지역)에서 초연됐는데, 원작의 줄거리를 거의 그대로 옮겨오면서도 주요 장면을 완벽하게 무대화해 대표적인 '무비컬(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로 손꼽힙니다.

한 치의 오차 없이 발맞춰 뛰다

탭댄스는 손뼉을 치는 동작인 '클랩'부터 시작해서 발의 무게 중심을 바꾸며 소리를 내는 '스텝', 한 발로 점프해서 같은 발로 착지하는 '합', 신발 앞부분을 밀면서 바닥을 치는 '브러시' 등 다양한 동작이 세세하게 나뉘어 있어요. 탭댄스 공연은 이런 기본적인 동작을 여러 가지로 조합해서 수십~수백 가지 리듬과 소리를 선보인답니다.

탭댄스를 잘 모르는 관객들도 '탭댄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스텝이 바로 '합 셔플'이에요. '합 셔플'은 한 발에 무게 중심을 두고 탁탁 뛰면서 다른 쪽 발 앞쪽을 바닥에 치는 동작이에요.

탭댄스 뮤지컬 하면 떠오르는 작품은 '브로드웨이 42번가'죠. 이 뮤지컬은 1930년대 경제 대공황의 여파로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휘청이던 미국 브로드웨이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1933년 제작된 영화 '42번가'가 원작이에요. 1980년 초연된 이래 미국 최고 권위 연극상인 토니상 최우수작품상과 안무상을 받고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극 중 브로드웨이 인기 연출가 줄리안 마시는 신작 '프리티 레이디' 제작을 위해 오디션 공고를 내고, 시골에서 상경한 페기가 어렵게 오디션에 합격해 코러스걸(주인공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여럿이 노래하는 여가수들)로 무대에 오릅니다. 하지만 주연 여배우인 도로시가 발을 다쳐 공연에서 하차하자 페기가 대신 무대에 오르고 화려한 데뷔를 해요. 이 과정에서 페기는 온갖 실망과 좌절을 겪지요.

'브로드웨이 42번가'는 평범한 여주인공인 페기의 도전을 통해 시련에 빠져 있던 많은 미국인에게 '어려운 상황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 작품이었어요. 1930년대 미국의 브로드웨이 쇼를 그대로 재현한 무대를 보고 있으면 마치 시간을 거슬러 당시 브로드웨이 어느 극장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즐길 수 있어요. 발을 구르고 춤을 추면서 다양한 리듬과 소리를 내는 탭댄스가 공연의 흥겨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답니다.


[버라이어티쇼의 원조, '보드빌']

1890년대 중반부터 1930년대 초 미국에서 유행했던 종합 오락으로, 오늘날 '버라이어티쇼'의 원조로 일컬어져요. 16세기 중엽 프랑스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19세기 말 미국에 건너와 무용수, 가수, 배우, 코미디언, 곡예사, 마술사 등 다양한 연예인이 출연해 각각의 공연을 펼치는 종합 오락 무대로 발전했지요.

최여정 이럴 때, 연극'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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