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이 음식] 멕시코가 원산지인 '덜 자란 어린 호박'… 칠월칠석 때 즐겨먹던 제철음식이래요
애호박
얼마 전 8월 25일은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에서 만난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음력 7월 7일, 칠월 칠석(七夕)이었죠. 우리 조상들은 음력으로 7월 7일이 길일(吉日)이라 하여 궁중에서 연회를 베풀고 과거 시험을 실시하는 등 중요한 명절로 여겼습니다. 또 이날에는 애호박으로 만든 음식을 즐겨 먹었는데요. 칠석 즈음 애호박이 제철이라 쉽게 구할 수 있고 맛도 좋았기 때문이에요.
애호박은 덜 자란 어린 호박을 말합니다. 애호박이 다 자라면 늙은 호박이 됩니다. 국내에서 재배하는 호박은 크게 동양계·서양계로 나뉘는데요. 애호박과 늙은호박은 동양계에 속하고 원산지는 멕시코 남부 열대 아메리카입니다. 언제 국내 들어왔는지 확실치 않습니다만, 확실한 기록은 조선 시대부터 나옵니다.
크기가 훨씬 크고 황갈색인 서양계 호박은 보통 '펌프킨(pumpkin)'으로 불리고 유럽과 미국 등 서구에서 주로 재배·식용합니다. 핼러윈데이 때 이 호박 안을 도려내고 양초를 세워서 '잭 오랜턴'이란 등불을 만들죠. 단단한 식감과 달착지근한 맛이 밤과 비슷하다고 해서 '밤호박'이라고 불리는 단호박도 서양계 호박이랍니다. 1990년대 일본 수출 목적으로 주로 재배되다가 국내에서도 먹게 됐지요.
애호박으로 만든 음식으로는 편수만두가 대표적이에요. 개성 지방의 향토 음식인데 네 귀를 접어 네모로 만든다는 점, 소로 채소를 주로 넣어 담백하다는 점, 소 양지머리 삶은 물을 차게 식힌 국물에 띄워 먹는다는 점이 일반 만두와 차이 나지요. 이 밖에 애호박전, 칼국수, 수제비도 칠석날 즐겨 먹은 애호박 관련 음식입니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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