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있는 세계사] '매처럼 빠른 사람들'의 나라… 8~9세기 북방 초원 지대 호령
위구르 제국
오늘날 위구르족 대다수가 거주하고 있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중국 소수민족 탄압의 역사에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지역입니다. 하지만 위구르족은 과거 대제국을 건설하여 주변을 압도하는 군사력을 보유하기도 했어요. 당시 중국에선 위구르인들을 '매와 같이 빠른 사람들'이라는 의미의 '회골(回鶻)'이라고 부르기도 했죠. 여기서 '회'는 위구르를 의미하는 한자이고, '골'은 사나운 매라는 뜻입니다. 과거 위구르인들의 위세는 어느 정도였던 걸까요?
◇당나라와 견주었던 세력
위구르는 4세기부터 역사에 등장하기 시작하였어요. 남북조시대 기록을 보면 '고차' 혹은 '칙륵'이라는 명칭이 나오는데, 이들의 후예가 위구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위구르 제국이 북방 초원 지대를 장악하기 전 이 일대는 돌궐족이 세력을 떨치고 있었어요. 위구르는 돌궐의 핍박을 받고 있었죠.
627년 위구르 수령이 돌궐 군대를 크게 무찌르고 당나라 등과 연합해 돌궐 제국을 무너뜨립니다. 이후 위구르는 바스밀, 카를룩족과 연합해 742년 바스밀족 수령을 지도자로 추대했죠. 하지만 위구르 수령이 바스밀을 공격하고 744년 스스로를 '카간(유목민 국가에서 사용하는 황제 칭호)'이라 칭한 뒤 당나라로부터 책봉을 받았어요. 그리고 오르혼강 연안의 '오르두 발리크(현재 카라발가순)'에 수도를 정하고 745년 '위구르 제국'을 세웠습니다.
747년 1대 카간이 사망하자 아들이 그 뒤를 이었는데요. 그는 동쪽으로 거란과 타타르를 굴복시켰고 키르기즈와 바스밀, 튀르기시 등을 잇따라 복속시키며 세력을 키워나갔어요. 그러던 중 당나라에서 안녹산 등이 일으킨 '안사의 난'(755~763년)이 발생하자, 당이 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던 위구르에게 도움을 요청했죠. 756년부터 그 이듬해까지 위구르는 기병 6000~7000명을 당에 파견했습니다.
위구르는 장안과 낙양의 반란군을 토벌하고 그 대가로 금, 은, 비단 등 재물을 얻었어요. 위구르 황제는 당황실 공주와 혼인까지 했죠. 762년 또다시 반란이 발생하자 당은 위구르에 또 도움을 청하였고, 4000명의 위구르 기병이 당군과 연합하여 낙양을 탈환하였어요.
8년간 지속된 안사의 난이 위구르 지원 덕분에 완전히 진압되면서 위구르인들은 많은 경제적 이익을 챙겼어요. 당의 국고는 거의 바닥을 보였지만 위구르는 당으로부터 수입한 비단을 주변 국가에 수출하며 엄청난 부를 축적하였어요.
◇위구르 제국의 몰락
안사의 난 이후 위구르 제국은 20년간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바탕으로 나라를 안정적으로 통치하였어요. 심지어 당나라를 찾은 위구르 사신 일행이 당 황태자에게 위구르 춤을 춰보라고 제안했는데 당 관리가 이를 제지하자 관리를 방망이로 때려 죽인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는 당시 위구르의 위세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잘 보여줘요.
현재 위구르족 대부분은 이슬람 신도이지만, 과거의 국교는 마니교였는데요. 762년 3대 카간이 당나라를 방문하여 낙양에 있던 소그드인(이란계 유목민족)과 접촉한 후 이 종교를 받아들였기 때문이에요. 또 위구르 상인들은 당에서 자유롭게 장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기 때문에 위구르와 당의 교역 관계는 매우 활발했어요. 위구르인들은 위구르 문자도 제작하였을 뿐만 아니라 수공예품, 그림, 조각 등 문화유산도 많이 남겼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잦은 교류는 위구르인들의 '정착화'를 가속화시켰고, 본래 가지고 있던 강한 기질을 사라지게 했어요. 게다가 이후 즉위한 카간들이 죽임을 당하거나 일찍 사망하면서 정치적 불안정이 계속되었어요. 설상가상으로 전염병이 돌며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고 혹독한 추위로 많은 가축이 동사하면서 붕괴가 가속화되었죠. 결국 840년, 위구르는 자신들이 한때 복속시켰던 키르기즈 세력의 침략을 받았답니다. 약 100년에 걸쳐 북방 초원 지대를 호령하던 위구르 제국은 무너지게 되었고, 위구르인들은 각지로 뿔뿔이 이주하였어요.
서민영 경기 함현고 역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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