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건축이야기] '해골 같다'면서… 모파상은 왜 1층 식당서 자주 점심을 먹었을까
에펠탑
'단순 노출 효과'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싫거나 관심이 없었는데 자주 접하다 보니 호감이 커지는 현상인데요. 이를 다른 말로 '에펠탑 효과'라고 부른답니다. 준공 당시만 해도 공공의 적이었던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이 이제 도시의 명물이 됐기 때문이에요.
파리 마르스 광장에 우뚝 솟은 에펠탑은 프랑스의 공학자 겸 건축가였던 알렉상드르 귀스타브 에펠(1832~1923) 이름을 딴 높이 324m의 철제 구조물입니다. 1889년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열린 제10회 파리세계박람회(엑스포)를 위해 지어졌습니다.
당시 서구 건축계는 목재와 석재 대신 철과 유리를 본격적으로 사용하면서 급격한 전환기를 맞고 있었어요. 에펠은 '철의 마법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유럽의 각종 대형 철교를 도맡으며 국제적 건설 회사를 운영했죠. 미국 뉴욕의 랜드마크인 '자유의 여신상' 내부의 철골 구조를 만든 곳도 에펠의 회사였습니다. 1886년 프랑스 정부가 진행한 '300m 철탑 공모전'에서 에펠의 설계안이 만장일치로 당선된 배경이기도 해요.
에펠탑은 수많은 철골이 서로 지탱하면서 격자형으로 위로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아래로 퍼진 나팔 모양 구조는 거센 바람에 저항하는 당대 건축 기술의 산물이었어요. 콘크리트 기반 공사에만 5개월이 걸렸고 단단히 제련한 건축용 철재 1만8038점에 고정용 못 250만개가 쓰였습니다. 철의 무게는 총 7300t, 탑 전체 무게는 1만t에 육박했지요.
특히 탑의 원래 높이인 300m는 현재 80층 건물에 상당하는데 지금도 파리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랍니다. 이집트의 기자 피라미드를 둘 쌓은 수준으로 당시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인공 건조물의 범위를 훌쩍 넘은 대단한 건축물이었죠. 고전적인 5~6층 석조 건물로 말끔하게 정리된 파리 시가지에 이렇게 거대하고 새까만 철골 구조물을 세운다는 건 충격에 가까웠습니다. 시민들은 붕괴를 염려했고 예술가들은 도시의 미관을 더럽히는 추악한 철 덩어리라며 비난과 냉소를 퍼부었어요. 당시 반응을 보면 '정말로 비극적인 가로등' '해골 같은 종탑' 등 깜짝 놀랄 정도입니 다. 그 중 소설 '여자의 일생' '비곗덩어리' 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기 드 모파상은 일부러 에펠탑 1층 식당에서 자주 점심을 해결했다고 해요. 탑 내부가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 유일한 장소였기 때문이었죠.
1887년 1월부터 1889년 3월까지 2년 2개월간 건설된 에펠탑은 공사 중 인명 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에펠의 계획과 작업, 감독이 얼마나 치밀했는지 알 수 있어요. 그리고 박람회가 개막하자, 그 전까지 욕만 먹던 에펠탑은 소위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에펠은 총공사비 800만프랑 중 150만프랑만 지원받고 에펠탑을 세웠는데, 박람회 기간 입장료 수입만으로 건설에 들어간 돈을 모두 회수할 정도였어요. '에펠탑을 한 계단 오를 때마다 새로운 파리가 서서히 태어나는 장면을 볼 수 있다'는 방명록은 그때의 인기를 보여줍니다.
에펠은 에펠탑 꼭대기에 주거지를 마련해서 친분 있는 명사들을 초청하곤 했습니다. 대표적 인물이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입니다. 당시 에디슨은 '현대 공학의 거대한 기념비적 표본'이라고 에펠탑을 극찬했답니다. 1909년 철거 대상이 되었지만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혔고, 24m 길이의 안테나를 추가로 설치해 지금의 에펠탑이 되었습니다.
1940년 나치 독일이 파리를 점령했을 때 프랑스군은 엘리베이터 케이블을 끊어버렸고 이 때문에 아돌프 히틀러는 에펠탑에 오르려다 1000개가 넘는 계단 때문에 포기했죠. '히틀러는 프랑스를 정복했으나 에펠탑은 정복하지 못했다'는 말이 여기서 나왔어요. 에펠탑은 199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되었습니다.
전종현 디자인 건축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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