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있는 세계사] 90세까지 장수한 최강의 파라오… 히타이트 제국과의 16년 전쟁으로 유명해요
람세스 2세
코로나 유행으로 문을 닫았던 런던 영국박물관이 지난달 5개월 만에 재개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어요. 영국박물관에는 영국이 제국주의 시절 약탈하거나 수집한 전 세계의 유물이 800만여 점이나 있는데요. 유명한 전시물 중 하나가 바로 이집트 전성기 시절 파라오(최고 통치자)였던 람세스 2세(재위 기원전 1279~1213년)의 조각상입니다.
람세스 2세는 고대 이집트 왕조에서 매우 강력한 왕권을 누린 파라오 가운데 한 명입니다. 90세까지 장수한 것으로도 유명하죠.
그는 고대 이집트의 황금기인 제19왕조(기원전 1293~1185년) 초대 왕인 람세스 1세의 손자였습니다. 아버지 세티 1세가 즉위한 후 후계자였던 그의 형이 세상을 떠나자 람세스 2세가 왕세자에 올랐어요. 10대 시절 람세스는 아버지와 함께 군사 작전을 수행하며 일찍부터 전쟁 경험을 쌓고 통치력을 길렀어요.
람세스 2세 시절 가장 유명했던 전쟁은 이집트 히타이트 전쟁이에요. 인류 역사에 처음으로 기록된 대규모 전투라고 해요. 당시 이집트는 시나이 반도를 거쳐 서아시아 지역으로 팽창하려 했는데요. 특히 오늘날 터키와 시리아 국경 쪽에 위치했던 카데시는 동쪽으로 뻗어나가기 위한 아주 중요한 전략적 거점이었죠. 람세스 2세가 즉위했을 당시 아나톨리아 반도를 지배하던 히타이트 제국은 강력한 철제 무기와 전차 부대를 기반으로 카데시를 포함한 시리아 지역을 점령하고 있었어요.
기원전 1274년 람세스 2세는 히타이트와 싸우기 위해 보병 약 2만명과 말들이 끄는 전차 2000여 대를 지휘해 북진했습니다. 히타이트는 4만여 보병과 전차 3000여 대로 이집트군에 맞섰어요. 람세스 2세는 몸을 사리지 않고 직접 병사들을 진두 지휘하며 전투를 이끌었어요. 이를 카데시 전투라 해요.
하지만 전쟁은 승패를 가르지 못하고 16년간 이어졌습니다. 이때 히타이트의 하투실리 3세가 즉위한 것을 계기로 기원전 1258년 이집트와 히타이트 간 평화조약이 맺어졌습니다. 이 조약은 상호 불가침 원칙을 명시한 평화조약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 내용은 각국의 난민을 풀어주고 상대 국가의 영토를 앞으로 침범하지 않으며 군사적 위험에 처했을 때 서로 지원해주는 것이었지요. 또한 친선 관계를 굳건하게 하기 위해 람세스 2세는 히타이트의 왕녀와 결혼도 했어요.
람세스 2세는 서쪽으로는 리비아, 남쪽으로는 누비아(오늘날 수단), 동쪽으로는 팔레스타인까지 정벌하며 영토를 확대했어요. 또 이집트 곳곳에 수많은 기념비와 건축물을 세우며 권력을 과시했습니다. 그가 남긴 건축물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라메세움과 아부심벨입니다. 테베 서쪽의 나일강 유역에 세워진 라메세움 신전은'테베의 신'아몬을 모시는 신전이자 람세스의 무덤입니다. 대영박물관에 있는 람세스 2세의 석상도 여기서 가져온 것이죠.
이집트 남부의 누비아에 있는 아부심벨은 사암층(沙岩層)에 새긴 석굴사원입니다. 람세스 2세를 위한 대신전과 왕비 네페르타리를 위한 소신전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현재 아부심벨은 원래 위치에서 65m 더 위쪽으로 옮겨져 있는데요. 이집트 정부가 1959년 나일강 범람을 막기 위해 아스완 댐을 건설하기로 했는데, 아부심벨이 침수될 위기에 처해지자 1042조각으로 해체되었다가 1968년 현재 자리로 옮겨진 뒤 조립됐답니다.
윤서원 서울 단대부고 역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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