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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자외선 침투 막는 '흑갈색 방패'… 피부를 까맣게 만들어요

by 제이노엘 2020.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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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과학] 자외선 침투 막는 '흑갈색 방패'… 피부를 까맣게 만들어요

 

멜라닌 색소

연이은 태풍 소식 때문인지 뜨거운 해가 나면 반가운 마음이 들어요. 하지만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볕 아래 오래 있으면 피부가 금방 까맣게 타는 것을 알 수 있지요. 피부가 타는 현상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요?

◇표피와 진피 사이에 있는 멜라닌

태양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구 생명체의 역사는 태양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약 35억 년 전 등장해 지구 최초의 생명체라고 알려진 '시아노박테리아'는 햇빛을 이용해 광합성을 해왔습니다. 광합성의 결과 배출된 산소는 지구 생태계가 지금처럼 다양해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어요.

▲   /그래픽=안병현

 

햇빛이라고 하면 보통 밝은 빛을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지구로 오는 태양에너지는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뿐 아니라 적외선, 자외선, 전파, X선, γ선 등 다양한 전자기파로 이루어져 있어요. 그중 몸의 피부가 타는 현상은 자외선과 관련이 있습니다.

사람의 피부는 가장 바깥쪽부터 표피, 진피, 피하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표피에는 각질층이 있어서 단단하게 굳어진 죽은 세포들이 몸을 보호해주고 시간이 지나면 떨어져 나가지요. 진피는 세포들이 두껍게 층을 이루고 있는 부분으로 혈관이 발달해 있어서 피부 세포에 양분을 공급하고 체온 조절에도 관여합니다. 땀샘과 피지샘과 같은 외분비샘도 진피에 있어요. 그리고 피하조직에는 세포질 내에 지방을 축적한 지방세포들과 혈관이 있습니다.

표피의 가장 안쪽이면서 진피와 만나는 부분에 한 층의 세포로 된 기저층이 있어요. 이 기저층에 멜라닌을 만드는 색소형성세포(멜라노사이트)가 들어있답니다.

◇자외선 노출되면 더 많은 멜라닌 생성

멜라닌은 흑갈색을 띤 색소로 사람의 피부, 모발, 망막, 신경계 등 다양한 곳에 존재해요. 색소형성세포가 멜라닌을 많이 합성하느냐 적게 합성하느냐에 따라 피부 색깔이 진해지거나 옅어집니다. 이때 색소형성세포를 자극해 멜라닌을 증가시키는 대표적인 원인이 자외선입니다.

자외선은 DNA에 손상을 주어 생명체에 돌연변이를 유발하는데요. 이 원리를 이용해서 살균 소독을 하기도 하지만, 강한 자외선에 과다하게 노출되면 사람이 위험해질 수 있어요. 피부암이나 백내장의 주요 원인도 자외선이지요.

멜라닌 색소는 우리 몸에 들어오는 자외선을 흡수해서 열에너지로 전환하거나, 산란 또는 반사하여 피부에 들어오는 자외선의 침투를 차단해서 우리 몸을 보호해요. 따라서 자외선에 노출되면 세포를 보호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멜라닌 색소가 생성돼요. 그 결과 피부가 검게 변하는 것이지요. 시간이 지나면 각질층의 오래된 세포들은 몸에서 떨어져 나가고 자외선에 자극받지 않은 세포가 기저층에서 만들어져서 표피로 올라옵니다. 그래서 약 60일 정도 지나면 까매진 피부가 원래대로 돌아온다고 해요. 물론 계속 강한 자외선을 받으면 회복은 더 오래 걸려요.

◇파킨슨병 진단 지표로도 활용

흥미로운 건 멜라닌이 우리의 뇌 속에서신경세포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고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중뇌 속 흑색질 부위에는 골격근육의 움직임에 관련된 신경세포들이 많이 모여있는데요. 이곳에서 신경세포들 사이에 신호를 전달하는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dopamine)이 분비되지요. 도파민이 분비될 때 멜라닌이 함께 만들어져서 신경세포 안에 축적되기 때문에 뇌의 흑색질이 짙은 색을 나타냅니다.

그런데 손발이 떨리거나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파킨슨병 환자는 신경세포가 손상되어 도파민 분비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멜라닌의 양이 적어요. 거꾸로 조현병 환자는 도파민이 과다 분비되기 때문에 멜라닌의 양이 많이 검출된답니다. 그래서 지난 2019년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연구팀은 신경계의 멜라닌양을 관찰해서 파킨슨병을 진단하는 방법을 생각해 내고, 이 연구 결과를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했답니다. 뇌 속 멜라닌의 양을 측정해서 파킨슨병 진단이나 조현병 진단에 이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멜라닌 색소와 관련해 재미있는 연구도 있어요. 지난 2005년 제브러피시(zebrafish)라는 물고기에 관한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학 연구팀의 연구인데요. 제브러피시는 생물학 연구에 널리 이용되는 물고기로 몸에 얼룩말 같은 줄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에요. 야생 상태의 줄무늬는 진한 검은색이지만, 특정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킨 물고기의 줄무늬는 매우 엷은 색을 띤다고 해요.

그런데 이 돌연변이 물고기의 줄무늬를 현미경으로 보았더니 멜라닌 세포의 크기가 야생형보다 작고 수도 적었어요. 연구팀은 제브러피시에서 돌연변이를 일으킨 유전자를 분리한 후 이 유전자가 사람의 피부를 밝게 해주는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와 유사하다는 것을 알아냈답니다. 또 이 유전자가 아프리카와 유럽인 간 피부색 차이에 24~38% 정도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도 밝혀냈어요.


[멜라닌 부족하면 백색증(알비노)]

멜라닌을 만드는 세포에서 멜라닌 합성이 이뤄지지 않는 유전 질환이에요. 피부, 모발, 눈에 존재하는 멜라닌 결핍이 대표 증상이지요. 백색증이 있는 동물들은 피부를 햇빛에서 보호하기 어렵고 보호색도 띨 수 없어서 야생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해요. 알비노는 라틴어로 '하얗다'라는 뜻의 알부스(albus)에서 유래한 말이에요.


안주현 박사·서울 중동고 과학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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