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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선생님

[스포츠로 세상 읽기] 강속구 던지는 '홈런왕', 131골 넣은 '골키퍼'… 1인2역 하는 놀라운 선수들

by 제이노엘 2020.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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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로 세상 읽기] 강속구 던지는 '홈런왕', 131골 넣은 '골키퍼'… 1인2역 하는 놀라운 선수들

 

멀티 플레이어

▲   미국 야구의 전설 베이브 루스는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 투수와 타자로 두루 활약하며 성공을 거두었어요. /위키피디아

류현진, 양현종, 박찬호 선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이들은 추신수, 이정후, 구자욱 선수와 어떤 점이 다를까요? 모두 야구 선수지만 앞의 3명은 투수(공을 던지는 선수)이고 뒤의 3명은 외야수(외야를 수비하는 선수)입니다. 이렇게 팀 스포츠엔 여러 가지 포지션이 있어요. 같은 야구 선수라도 포지션에 따라 경기 중 하는 일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갖춰야 할 능력도 매우 다릅니다. 류현진 선수는 공을 빠르고 정확하게 던지는 것을 잘해 최고 투수가 되었죠. 하지만 이정후 선수는 잘 달리고, 잘 치고, 잘 받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최고 외야수로 꼽히는 거예요.

이처럼 어떤 운동이든 대부분 한 가지 포지션을 선택하게 마련입니다.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집니다. 그런데 프로 스포츠 세계에선 종종 다양한 포지션을 모두 소화해 내는 신기한 선수들이 있어요. 이들을 '멀티 플레이어'라고 해요.

현역 중 대표적인 선수가 일본 야구 선수인 오타니 쇼헤이(LA에인절스)입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2016년 MVP를 받은 후 미국 메이저리그(MLB)로 건너가 2018년 신인왕에 오른 그는 정말 웹툰에나 나올 만한 선수이지요. 이 선수는 일본 역사상 가장 빠른 시속 165㎞ 강속구를 던지는 최고 투수이지만, 동시에 홈런만 20개 넘게 치는 강타자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발도 빨라서 도루도 잘합니다.

일본 프로야구와 미국 메이저리그를 통틀어 오타니 쇼헤이처럼 투수와 타자로 두루 활약한 선수는 지난 100년간 베이브 루스(1895~1948)가 유일하다고 해요. 루스는 그가 데뷔했던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투타를 겸업하면서 사실상 1인 2역을 맡아 놀라운 성적을 거뒀지요. 우리나라에도 1982년 김성한 선수가 투수로는 10승, 타자로는 타점왕에 오르는 괴력을 과시했습니다. 이것이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처음이자 마지막 투타수 겸업 사례입니다.

농구는 어떨까요? 보통 크게 세 포지션(가드, 포워드, 센터)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요즘 미국 프로농구(NBA)에선 포지션 파괴 바람이 불고 있어요. 3점 슛을 잘 넣는 키 큰 선수들이 센터 역할에만 머물지 않고 가드와 포워드 역할을 함께하는 것이죠. 예컨대 미국 프로농구의 '신화'로 불리는 매직 존슨은 현역 시절 현란한 드리블과 정확한 패스 솜씨를 자랑하는 '포인트 가드'(팀을 지휘하는 플레이메이커)였어요. 그런데 키도 크고 슛도 잘해서 득점, 어시스트, 리바운드, 블록 등을 혼자 다 하다시피 하며 포워드, 센터 등을 가리지 않고 코트를 누볐답니다. 얼마나 잘했던지 팬들은 그를 본명인 어빙 대신 매직(마법)이라고 불렀고, 이것이 그의 이름이 됐어요. 우리나라 현주엽 선수도 현역 시절 포지션이 따로 없는 최초 '포인트 포워드(포워드이면서 포인트 가드를 함께하는 것)'였지요.

축구에서 가장 대표적인 '멀티플레이어'는 수비와 공격을 자유롭게 오가는 '리베로'예요. 원래는 최후방 수비수지만, 자기 포지션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공격하지요. 독일의 프란츠 베켄바워, 우리나라 홍명보 선수 등이 대표적이에요. 또 브라질의 골키퍼 호제리우 세니는 1257경기에 출전해 프리킥 등으로 131골을 넣어 '세계에서 가장 골 많이 넣은 골키퍼'라는 진기록을 세웠답니다. 우리나라 김병지 선수도 탁월한 골키퍼이면서 킥 능력이 좋아 은퇴할 때까지 4골이나 넣었지요.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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