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야기] 남과 다를까 노심초사하는 남자… 인간의 나약함과 두려움 보여줘요
인간 실격
"부끄러움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1948년 발표된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1909~1948)의 장편 소설 '인간 실격'은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3편의 수기(手記) 작품입니다. '인간 실격'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끈 작품이었는데, 미국 뉴욕타임스는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데 있어 다자이보다 뛰어난 작가는 드물다"라고 평가하기도 했어요.
주인공 오바 요조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뭘 해도 되는 게 없는 사람이에요. 어려서는 몸이 허약해서 주변과 잘 어울리지 못했는데, 그 여파가 평생을 따라다녔어요. 집안에서는 "귀여운 도련님" 소리를 듣고 자랐지만, 스스로는 "섬뜩하고 으스스한 것"이 느껴지는 소년이라고 생각했지요. 또 자신의 생각이 다른 사람과 다를까봐 늘 노심초사하는 성격이었어요.
그래서 진짜 마음은 감추고 실없는 농담이나 던지는 익살스러운 존재가 되기로 했습니다. 한여름에는 얇은 옷 안에 빨간 털스웨터를 입고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가족들을 웃기려고 애쓸 정도였어요. 극도로 사람이 두려웠지만, 그래서 더욱 사람에 대한 희망을 놓을 수 없었던 요조는 익살이라는 가느다란 실로 간신히 인간과 연결되기를 바랐어요.
학생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대인기피증은 갈수록 심해졌고, 그럴수록 자신을 둘러싼 벽은 점점 높아져만 갔지요. 어릴 적의 '원숭이 웃음'이 아니라 '꽤 능란한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것 역시 자신의 진짜 마음을 감추기 위한 방편이었어요.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고등학교에서 퇴학을 당한 요조는 갈수록 비정상적인 관계에 몰두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술과 약물에 중독되는 등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말아요. 그는 "생각하면 할수록 사람이라는 것이 알 수가 없어졌고 나 혼자 별난 놈인 것 같은 불안과 공포가 엄습할 뿐"이라고 생각하죠.
폐인처럼 변해가는 그에게 가족은 폐결핵 요양소를 가보라고 권하지만, 실제로 요조가 갇힌 곳은 정신병원이었어요. 이 일로 요조는 큰 정신적 충격을 받고 마침내 한 가지 선언을 하기에 이르러요. 다른 사람에게 미친 사람 취급받는 일은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했다는 거죠. "인간 실격. 저는 이제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작품 제목인 '인간 실격'은 그렇게 태어났어요.
2차 세계대전 당시 많은 일본 젊은이는 자기 의지와는 무관하게 전쟁터에 끌려갔어요. 적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을 수밖에 없는 곳에서 젊은이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체제에 순응하며 사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죽을 만큼 힘든 허무 속에 살았다고 해야 할까요.
다자이 오사무는 자기 마음과 생활을 투영한 주인공 요조를 통해 한 인간의 단면이 아닌, 전(全) 일본을 뒤덮고 있었던 암울한 현실을 고발했습니다. 그래서 '인간 실격'은 일반적인 상식에서 이해할 수 없는 여러 일탈들이 포함되어 있어요. 그럼에도 훗날 한번 읽어보기를 권하는 이유는, 개인이 어떤 과정을 거쳐 시대에 부적응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지 한 번쯤 고민해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장동석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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